‘메이저리그 수입 해외선수 나이확인 DNA테스트 논란’ NY타임스

2009-07-23     노창현(특파원)
【뉴욕=뉴시스】노창현(특파원) 기자 =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중남미의 유망선수들을 스카우트할 때 벌이는 DNA 테스트가 프라이버시 침해논란을 빚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6면에 ‘메이저리그가 선수 스카우트를 할 때 신원확인을 위해 시행하는 유전자 테스트가 개인프라이버시 침해로 지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의회는 지난해 고용주가 종업원 고용시 본인이나 가족의 DNA 정보를 요구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고 올 11월21일부터 발효된다. 이른바 ‘유전정보 차별금지 법(GINA)’이다

메이저리그는 오래전부터 중남미의 어린 유망주들 스카우트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나이를 속이는 선수들로 인해 이를 밝히기 위한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양키스는 지난주 도미니카에서 아마추어 선수를 영입하려 했지만 MLB 조사부가 시행한 DNA테스트에서 신원이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나 계획을 철회했다.

일부 선수들에 대해선 나이를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 ‘뼈검사(Bone Scan)’까지 하기도 한다. MLB는 “해당선수의 동의를 얻어 도미니카에서 조사했다. 혹시라도 있을 신원 사기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DNA 조사 결과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LB사무국은 DNA 테스트를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했는지, 그 자료가 보관되는지 폐기되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MLB에서 DNA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선수의 생물학적 나이가 구단의 투자와 선수의 몸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전정보는 해당 선수가 장차 걸릴지도 모르는 질환의 위험성도 측정할 수 있다. 만일 그것을 안다면 해당 선수는 걸리지도 않은 병으로 손실을 보는 셈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 유전공공정책센터의 케시 허드슨 교수는 “유전정보차별금지법의 핵심은 고용주가 종업원의 유전정보를 요구하거나 받는 것을 원천금지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종업원, 혹은 가족들의 유전정보를 기초로 채용 또는 해고하거나 보상하는 것을 막도록 하고 있다.

허드슨 교수는 유전정보의 또다른 위험성으로 그 선수와 관련한 출생의 비밀을 폭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만일 선수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정을 파괴하면 어떡하나?”고 물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비시민권자에도 해당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외국 선수들한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 야구팀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팀들과 MLB 조사부가 유전정보를 조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선수의 신원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선수 본인과 부모의 DNA 샘플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선수는 유전정보 확인비용을 부담하고 결과가 문제가 없을 경우 MLB 사무국이 상환해 준다. DNA 테스트가 선수 나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부모의 자녀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수들이 자신보다 어린 누군가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최고 유망주 미구엘 사노의 경우 16세였을 때 DNA 테스트와 뼈검사 결과를 MLB에 제공한 바 있다. 고향인 산페드로 데마코리스의 집에 있는 그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MLB에서 요청이 왔을 때 나와 부모님, 그리고 누나의 자료까지 제공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팀의 한 관계자는 “야구에서 16세와 19세는 밤과 낮만큼이나 차이가 큰 게 아니냐”고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스카우팅 디렉터는 DNA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령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선수의 테스트 결과가 암에 걸리기 쉬운건 아닌가? 부상을 당하기 쉬운 선수인가? 등의 가능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이빌 약대의 마크 로스타인 생명윤리학 교수는 “유전적 문제를 가진 유명한 선수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스타 루 게릭이다. 만일 당시 팀이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의 가능성을 유전적 정보를 알았다면 과연 계약을 했겠느냐”고 이같은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9.11이후 미국 정부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외국선수들의 비자서류를 정밀 조회해 300명 이상의 생일 기록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유명선수들이 뒤늦게 나이를 실통하는 경우도 생겼다.

도미니카 출신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스타유격수인 미구엘 테하다는 자신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계약한 1993년에 17세라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19살이 맞다고 지난해 시인했다. 지난 2월 MLB 조사위는 14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은 워싱턴 내셔널즈의 19세 유망선수 에스마일린 곤잘레스가 사실은 23세의 카를로스 데이비드 알바레스 루고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도미니카 출신의 호세 오소리아라는 17세 선수에게 57만5000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러나 최근 클리블랜드의 플레인 딜러 지는 MLB 조사위가 오소리아의 나이를 20세의 월리 브라이언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나이를 속이는 선수들이 있는 한 MLB의 유전자 검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관련 사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