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아들의 땅

2023-08-15     이은미 논설위원
사진=[이은미 작가]

시뻘건 대낮
사람들로 분주한 거리에서
나는
또 하나의 자유를 강탈 당했다.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계획된 공간
아들은 시종 의지를 강요하고
웃음마저 조작하는 거리에서
또 하나 자유는 스러졌다.

포획된 코뿔소의 성난 코
그물은 질기게도 달겨들고
남은 양심 부끄럽게 쫒아올 때

설 땅은 어디인가
아직도 지반은 굳건한데.

코를 갈아 그물을 찢고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양심을 계획하는
그 곳,
잃어버린 자유가 돌아오고
기쁨으로 웃음을 살려내는

그 아들의 땅은.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