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이은주, "내조(內助)의 기술을 말하다"

2009-07-10     박생규
▲ 박태종 기수의 부인 이은주씨가 물끄러미 남편의 경주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얼마 전 종영된 MBC 일일드라마 '내조의여왕'이 전국 시청률 30%를 넘으면서 큰 인기를 얻은바 있다.

신데렐라를 꿈꾸고 왕자님을 만나길 기대했던 여주인공 천지애(김남주 분)는 왕자 대신 바보온달 온달수(오지호 분)을 만나 좌절하지만 스스로 평강공주가 돼 '내조의 힘;을 발휘, 온달을 왕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최근 극심한 경제난에 힘들어하는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하듯 이를 극복해가는 주인공의 억척스러움에서 시청자들은 묘한 위안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도 밖에서 일하는 남편을 잘 보좌해 일을 잘 풀리게 하는 것은 역시 '부인의 내조'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돌보며 남편 뒷바라지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내조는 옛말이 됐다.

남편의 스케줄을 조절하고 함께 업무를 의논하는 퇴근 후 업무파트너로의 내조가 요즘의 트렌드다.

얼마 전 전인미답의 1500승을 달성하며 '경마대통령'으로 불리는 박태종 기수의 부인 이은주씨(38)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조의 여왕'이다.

어떤 부분이 박태종 기수를 경마대통령으로까지 불리게 하는 힘이었을까? 그녀에게서 내조의 비책을 들어본다.

박태종 기수는 지난 6월20일 3경주에 '제이스턴'에 기승해 초반 선두권 뒤에 위치해 숨고르기를 하다가 4코너를 지나며 추입에 들어가 결승선 전방 100m를 남기고 역전에 성공해 통산 1500승째를 따냈다.

순간 결승선 앞 펜스에선 미모의 여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큰 웃음을 짓는다. 바로 박태종 기수의 부인 이은주씨다.

중요한 경주가 있을 때면 빠짐없이 경마장을 찾아 응원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손을 흔들지는 않는다.

그저 경주로 펜스에서 말없이 남편의 출장 장면을 바라본다. 기수 출장할 때 남편과 서로 눈웃음을 주고받으면 그날의 우승확률이 높아진다는 그녀의 설명이다.

이은주씨는 "제가 큰 소리로 부르거나 하면 부담이 될까 해서 그냥 조용히 지켜보죠"라며 "특별히 나온다는 말없이 나왔다가 남편과 눈이 마주치면 가만히 웃어주면 그걸로 제 응원은 끝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박태종 기수의 스케줄부터 체력관리까지 모두 컨트롤한다. 박태종 기수가 자신의 부인을 '와이프이자 매니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단다.

지난 2007년 프리기수제도가 도입 된 이후 말에 오래 오를 수 있으려면 체계적인 체력관리가 급하다고 판단한 은주씨는 남편에게 '출주 횟수를 조절할 것'을 주문한다.

프리기수제가 시행되고 체력을 컨트롤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주에 기승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고 판단한 은주씨의 판단은 적중했다.

박태종 기수는 프리기수가 시행되기 전년보다 110회 가까이 기승을 덜해 체력을 보호했다.

그 결과 2008년도에는 총 4회의 대상경주까지 거머쥐었다. 한해 대상경주 4회 우승은 박태종 기수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이 기승한 경주에서 부진한 경주는 몇 번이고 경주동영상을 보며 그 원인을 찾아낸다.

이렇게 찾아낸 문제점은 박태종 기수 본인도 느끼지 못한 것들로 다음 경주 때 바로 보완해나가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않는다.

박태종 기수는 "자세나 작전 실수를 꼬집어낼 때면 조교사님보다 더 무섭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 박태종 기수가 부인의 치맛바람에 휘둘리는 경우는 없다.

이은주씨는 "집안의 가장은 누가 뭐래도 우리 수정아빠"라면서 "저는 그저 남편이 해야 하고 찾아야 할 부분들을 사전에 찾아줘 시행착오를 줄이게 도와주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한다.

경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는 냉철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다가가지만 그 외의 가정생활에서는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란다.

내조에는 딸 수정이(11살)도 한 몫을 한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아빠를 위해 잠이 와도 안와도 언제나 9시면 잠자리에 드는 지극한 효심(?)을 발휘한다고 한다.

한국경마 역사에서 쉽게 나오지 못할 기록을 달성한 박태종 기수,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작성한 박기수는 항상 "1500승의 절반은 그녀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