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시위사태, 中문화대혁명 이후 최악의 충돌

2009-07-08     이남진
【서울=뉴시스】이남진 기자 = "나는 우루무치(烏魯木齊)에 사는 한족 중국인이다. 어제 끔찍했던 폭행사건을 목격했다. 위구르 무슬림들이 여성 2명을 잡아 마구 폭행하는 것을 봤다. 여성 2명이 땅으로 쓰러지자 무슬림들은 칼로 공격했다. 이를 본 뒤 그들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도망쳤다."

8일 신장위구르의 수도인 우루무치시(市)는 사실상 도시의 기능을 상실했다. 상점들과 건물들이 파손됐고,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지난 5일 대규모 유혈시위가 휩쓸고 간 도시에는 7일에도 위구르인과 한족들의 충돌이 잇따르면서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전날 저녁부터 실시된 통행금지 조치는 해제됐지만, 유혈사태가 벌어진 도심에는 무장 경찰 병력만 눈에 띌뿐 사람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침묵이 흐르고 있다. 한족과 위구르인의 충돌로 촉발된 중국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 자치구의 유혈시위가 민족갈등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천 명의 한족들은 7일 수제 폭탄을 들고 위구르족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우루무치 거리로 모여들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이들을 저지했지만, 이들은 위구르족들의 상점을 파손하는 등 도시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우루무치의 경제활동은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장위구르에서 민족끼리의 폭동으로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이후 최악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참석을 포기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따라 8일 오후에 열리는 G8 확대 정상회담에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후 주석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지난 5일 시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포함해 3000여 명의 위구르인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위구르인 공장 노동자 2명이 한족에 살해된데 대한 항의 표시를 했다. 위구르인들이 한족 여성을 강간했다는 헛소문이 돌면서 한족들이 위구르인 2명을 살해했고, 이는 대형 소요사태의 불씨가 됐다.

시위는 유혈폭동 양상으로 급격히 번졌지만, 중국 당국의 정보 차단으로 시위의 이유조차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위구르족들이 한족 중국인을 공격했다"며 "현재까지 유혈시위로 156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한족과 위구르인의 갈등은 이미 만연돼 있는 상태였다. 중국 정부가 서부지역 개발에 나서면서 신장위구르 지역의 경제는 급속히 발전했지만, 한족들이 경제적 혜택을 독차지하고 있어 위구르인들은 늘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며 미국에 망명 중인 레비야 카디르 세계 위구르협회장을 이번 시위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카디르는 이번 시위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유혈시위 주동자와 가담자를 색출하기 위한 수색에 나서면서 하루 새 700명을 검거하는 등 지금까지 총 1500여 명을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