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직원 울린 한 통의 편지, 잔잔한 '감동'

2009-07-03     박생규
▲ 한국마사회 김광원 회장이 받은 편지.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한 공기업 CEO에게 암환자가 보낸 감사편지가 공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김광원 회장(68)이 지난 6월 중순께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편지의 사연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B씨로 3년 전 사업실패로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장암까지 얻은 B씨는 월세 2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연간 1천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B씨의 남편도 고령으로 취업이 불가능해 가정에 수입이 전혀 없는 가운데 고액의 항암치료는 두 부부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월세도 내지 못해 보증금 전액을 탕진하고 곧 거리에 나앉기 직전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한국마사회 직원 김모씨였다.

김씨는 "마사회에서 불우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마사회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신청할 것을 권유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해놓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 동안 집세는 계속 밀리고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온 방은 언제나 싸늘한 냉골이었다. .

더 이상 치료를 계속할 돈도, 희망도 없어 B씨 부부는 절망했다. 자포자기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던 B씨는 어느 날 통장에 5백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자기도 모르게 '한국마사회 만세!'를 외치고 말았다. 그 후로 무사히 항암치료를 마친 B씨는 지금 조심스럽게 요양 중이다.

B씨는 편지 말미에서 "세상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달리는 말처럼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라고 인사 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김광원 회장은 가슴이 뭉클해져 이를 다른 직원에게 보여주었고, 편지의 가슴 저리는 사연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모두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B씨를 절망에서 구해 낸 프로그램은 마사회가 매년 진행하는 'KRA Angels와 함께하는 소원들어주기 행사'로 임직원의 추천을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심사를 거친 뒤에 복지단체를 통해 마사회의 기부금을 지원받는다.

지난 한 해에 모두 마흔 일곱 건의 수혜자가 선정돼 총 7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KRA 사회공헌팀 노용우 팀장은 "소원들어주기 행사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