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의 '미스코리아 특별경주'
2009-06-25 박생규
1957년 5월19일 서울명동극장에서 열린 제 1회 미스코리아 심사는 젊은 여성들이 무대 위를 활보할 뿐 아니라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자랑하고 개별적으로 육체미 심사까지 받았다.
정숙함을 여성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강조하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사였다. 자연히 대회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고 대회장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심사 결과 초대 미스코리아 진에 박현옥(23ㆍ서울 출생)씨가 선정됐고 상금 30만환, 양단치마저고리 한감, 고급 양복지, 목걸이 한 점, 치마저고리 한감, 은수저 한 벌 등 푸짐한 시상품을 받았다.
박 씨는 그해 7월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에 참석하여 우리나라 여성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게 된다.
같은 해 뚝섬 경마장에서 열린 추계경마 개장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 경마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고급 세단을 타고 경마장에 등장한 박 씨는 챙 넓은 모자에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화사한 모습으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녀는 수많은 경마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이어 대한민국 대표미인이 관람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미스코리아 특별경주'가 시작됐다.
그녀가 주는 상을 받기 위해 젊은 기수들은 투지를 불태우며 말몰이를 했고, 영광은 한관복 기수에게 돌아갔다.
박 씨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상장과 트로피를 한관복 기수에게 수여하고 상을 받아든 기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미스코리아 특별경주가 개최된 날 뚝섬경마장에는 인기가수들의 공연행사도 같이 열렸다.
행사에 출연한 가수들은 김광수와 그의 악단, 원방현, 명국환 등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톱스타들로 뚝섬을 방문한 경마팬들은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료=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