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명원박물관 개관기념 현대미술전
- 전시일정: 2022년 10월 22 (토) - 2022년 11월 13일(일) - 화·금 (10시 -18시), 토 &일 (11시 -19시), 월요일 휴관
[뉴스인] 정경호 기자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명원박물관과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인브리짓라일리, 자연을 마음으로 사유하는 빠키 (Vakki) 루크엘위스 (Luke Elwes) 그리고 쌔미리(Sammy Lee)의 만남 비밀의 공간이, 깊어가는 가을, 현대미술전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130년 세월을 간직한 한국 전통의 한옥에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예술가들의 눈으로 시각 너머의 세상을 그린다.
국민대학교 명원박물관(관장 김재홍)은도시 개발과 맞물려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문화 공간으로 쓰여왔던명원박물관 고택을 수용해 새롭게 문을 연다. 명원박물관 고택은조선조 말 한성판윤과 의정부 참정대신을 지낸 한규설 대감가로서 서울시 지정 제7호 민속 문화재이다. 1890년경에 지어져 원래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었으나, 1980년 도시개발과 함께 허물릴 위기에 처한 것을 성곡 김성곤(쌍용 설립자) 선생의 부인인 명원 김미희 여사가 기증받아 국민대학교의 대지에 이축해 130년을 세월을 머금은 문화 유산이 됐다.
신관 신축 및 개관을 통해 새롭게 관객을 맞는 명원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옥이라는우리 전통의 건축물을 캔버스 삼아 현대 예술의 최전선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1968년 여성작가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을 받은 영국 현대 예술의 거장 브리짓 라일리, 물의 표면에 대한 탐구와 빛의 움직임 등 자연을 추상화한 작업을 선보여온 영국 작가 루크 엘위스 등을 비롯해 미술과 디자인, 미디어아트, 설치, 음악 등 확장된 영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작가 빠키 (Vakki), 2021년 영국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 미술관에서 전시한 한국계 캐나다 작가쌔미리 등 작가 네 명이 참여한다.
한국의 전통적이 유물이 전시될 신관과 아름다운 문화재인 고택에서, 선과 여백을 활용한 우리 선조의 시적인 공간과 브리짓 라일리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라일리의 실크스크린은 단순화 판화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연구이자 개인과 작품과의 만남을 중요시한작품이다.
‘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브리짓 라일리의 시선과 비전이 얼마나 동시대적인지 보여기위해 그처럼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에 몰입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루크 엘위스는 라일리처럼 인상파와의 연결고리가 있고 자연을 지속적인 탐구 대상으로 삼아온 작가다. 기하학 원과 삼각형을 쓴빠키의 작품은라일리의 실크스크린처럼 관람객들의 눈이 가로지르면서 미묘하게 움직이고 이동하고 뛰어오른다. 쌔미리 또한 자연패턴을 정적인 그림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옵아트의 선구자’라일리의 작품 세계와 연결된다.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시선과 비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네 명의 작가의 작품을,한옥이라는 한국의 전통 공간에서 살펴 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다양한 시점을 여러 실험으로 해온 이들의 작품이 한옥이라는 고풍스러운 공간 속에서 서로 마주했을 때 펼쳐지는 조화와 시너지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공간 디자인은 런던과 서울에서 활동하며슬리퍼스 써밋과 지속적인 작업을 해온 제로링궐이 진행했다.
이세은 케이트아트 넷 대표는 “사라질 위기에 있던 한성판윤 한규설의 유택이 현대미술과 만나 국립공원 안 민속문화재인 국민대 명원 박물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참여 작가>
브리짓 라일리(1931년 생)
영국의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현대미술, 특히 1960년대 미술의 “옵아트 (Op Art)”의 아이콘이다. 골드스미스 대학 및 왕립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를 거쳐 후기 인상파 스타일의 화풍으로 자연을 그리다, 1960년대 초반부터지각(知覺)을 그리는 추상화가로 방향을 선회했다. 1965년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반응하는 눈> 전시에 초대돼 도록 커버를 장식했다. 1968년에는 여성작가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을 받는 등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해 91세인 그는 작품 활동 뿐만 아니라 작가 스튜디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스튜디오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젊은 예술가를돕는 일을 수년간 해오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그의 독보적인 흑백작업부터 세기의 커미션이라 할 수 있는 판화 및 원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한 벽을 메우는 대형 설치작업에서 비롯된 ‘Measure for Measure’(2020)부터 1965년 초기 작업까지 총 13작품이 전시된다.
루크 엘위스(1961년 생)
마음이 편안해지는 물의 표면에 대한 탐구와 빛의 움직임 등 자연을 추상화한다. 엘위스는 유년시간을 이란에서 보내며 사막의 독특한 공간감을 체화했다. 그곳에서 그림과 지도, 물리적 시간적 전개에 대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인도, 소아시아 및 북아프리카의 외딴 지역을 발견하고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작업을 확장했다.
1998년 서부 티베트의 성스러운 산인 카일라쉬 산의 원정대가 머무는 곳에 거주하는 예술가였고, 2000년부터 영국 동부 해안의 섬에서 작업했다. 랜드마이어 시리즈는 이 기간 중 작업한 신작들로, 영국 동부해안의 소금평지와 갯벌 습지, 연약한 황무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선과 순환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인상파와의 연결고리, 지칠줄 모르는 탐구, 시적 작품명은 브리짓 라일리의 시선을 연상시킨다.
빠키 (Vakki)
헤이그 왕립예술대학교 대학원 졸업하고 한국과 유럽에서 미술과 디자인, 미디어아트, 설치, 음악 등 확장된 영역에서 활동중인 작가이다. 그는 정해진 궤도 안에서 움직이고 만나고 소멸하는 과정 속 에너지와 원형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기울인다.순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질문들은 루크 엘위스와 연결되며, 기하학적요소,색채와움직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예술활동은 브리짓 라일리와 닿아 있다.
본 전시에서는 키네틱 아트부터 음악활동 등 확장된 영역에서 움직이는 그의 작품 중, 한옥 속 전시라는 맥락과 마주하는 점에 주목했다. 관객이 앉을 수 있는 대형 방석을 설치해 그의 예술이 주는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고, 관객이 움직이며 전시를 관람하다가 정적으로 앉아서 또 다른 에너지를 채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쌔미리(1988년 생)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로 건축, 미디어, 인공지능, 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해왔다. 2021년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 미술관의 입구에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새들의 비행을 투사, 실시간 온라인으로스트리밍해 화제를 모았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 미술관 겨울 커미션 2021(Tate St Ives Winter Light Commission 2021) 수상을 통해 개발된 작품이었다.
지진, 홍수, 계절의 변화와 날씨 등 지구의 환경과 직결된 새들의 움직임과 비행 패턴 등 가상 데이터에 기반해 만들어진 이 작품을 이번에는 한국 환경에 맞춰서 새로 제작했다. 한국 신화, 설화 등과 연결된 새의 움직임은 자연의 패턴을 정적인 그림을 통해 보여준 ‘옵아트의 선구자’ 브리짓 라일리와 연결된다. 또한 시점에 따라 달라보이는 시각의 확장을 전시 안에서 탐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