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MB사면에 국민 찬성도 많아"...부처님 오신날 사면 결단에 관심

2022-04-29     장재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 답변 영상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2022.04.29 / 사진=[청와대 제공]

[뉴스인] 장재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여부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국민 찬성 의견을 부각하면서 마지막 사면 단행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8일 부처님 오신날 계기 사면을 위해서는 절차상 이번 주말 안으로 가·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기존 입장과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초읽기에 들어간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와 함께 운영 종료가 예고된 청와대 국민청원 7건에 대한 마지막 답변자로 나섰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사면 찬성 의견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겠다"면서도 "청원인과 같은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반면에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앞선 5차례의 사면 때마다 ▲국민 통합 ▲사법 정의 ▲국민 공감대를 사면 판단의 기준으로 반복해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사면 찬성 의견을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은 기존 입장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며 "사법 정의에 부딪칠지(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만 했었다.

지난해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과 박근헤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관한 질문에 "국민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 정의, 형평성, 국민들의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한 바 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 청원인의 의견에 대한 답변을 위해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 스스로 찬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우선 해석이 가능하다. 

당장 밝히기 곤란한 사면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청원인과 같은 사면 반대 목소리 외에 찬성 의견도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고민 중임을 시사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청원인은 "일부에서 국민통합 관점에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갤럽에서 작년 11월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48%가 사면에 반대한다고 나타날 만큼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문 대통령이 "사면 찬성 의견이 많다"고 한 것은 사면에 대한 결심이 선 상태에서 추후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년 전엔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바라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반면, 또 그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이 있는 상황"이라며 찬성 보다는 반대 의견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찬성 의견이 많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실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사면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지난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정 교수 등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49.6%, 찬성 의견은 30.2%, 답변 유보자는 20.1%로 조사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만일 다음달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사면을 단행하려면 적어도 이번주까진 최종 사면 대상이 추려져야 한다. 절차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 명단이 확정되기 전에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돼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1일, 22일 2회에 걸쳐 진행됐던 사면심사위 나흘 전인 12월17일 전직 대통령과 전직 총리의 사면·복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았다는 점을 12월27일 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사후 공개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이 문 대통령이 사면 대상자를 결정해야 하는 데드라인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어떤 결단을 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정계·종교계·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탄원을 모아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이석기 전 의원,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 정경심 교수 등 사면·복권 대상자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석가탄신일 기념 특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의 사면·복권을 연계했었던 올해 신년 특사와 달리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꾸준히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동반 사면론'을 제기했던 것에서 나아가 지난달부터 정 전 교수와 이 부회장, 신 회장 등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각계 각층의 탄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 만큼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마지막 사면 결정 여부에 따라 '끼워넣기 꼼수 사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고독한 결정이자 고도의 정무적 판단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한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석가탄신일 계기 특별사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가장 많이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30일 ▲2004년 5월26일 ▲2005년 5월15일 등 재임 중 세 차례 석가탄신일 계기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었다. 취임 기념을 겸했던 2003년 특사 때는 노동·시국·대공사범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4년 특사 때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 김운규 현대아산 대표이사 등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중심으로, 2005년 특사 때는 노 전 대통령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회장 등 불법대선자금 사건 연루 경제인 중심으로 사면을 각각 단행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