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대기록 작성 앞둔 경마대통령 '박태종'

2009-05-29     박생규
▲ '경마대통령'이라고 불리고 있는 박태종 기수 경기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박태종 기수는 '경마대통령'이라고 불리는데 그의 기록을 살펴보면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1987년 데뷔해 지금까지 통산 9607번 경주에 출전해 1495승을 달성했고 평균 승률은 15.6%를 기록 중이다.

10번 경주에 나가면 1번 이상 우승했고 하루 10경주가 열린다고 가정했을 때 매 경마일 승리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마에서 우승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61명 기수들의 평균 승률이 6%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20년이 넘게 15%대를 유지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를 '경마대통령'으로 부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박태종 기수에게 이렇게 묻는다. '대체 언제까지 경주마에 오를 것인가?'라고 말이다.

올해 44살이 된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질문에 대해 박태종 기수 또한 당연한(?)대답을 내놓는다. '환갑까지 기수를 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현행 경마시행규정을 살펴보면 기수면허의 갱신가능 나이는 만 60세로 명시돼 있다.

규정상은 그렇게 명시돼 있지만 과연 60세까지 경주마에 기승하는 게 가능하긴 한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환갑까지 타겠다는 말보다는 체력이 닿는 데까지 기승한다는 게 정확하겠죠"라는 박태종 기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체력이 허락하는 그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

박 기수는 지금도 어김없이 새벽 5시면 새벽조교에 임한다.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절대 새벽조교를 거르는 법이 없다. 조교가 끝나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집 근처 휘트니스센터에서 러닝과 웨이트로 몸관리를 한다.

술,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으며 항상 같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어 언제나 안정적인 생체리듬을 유지한다. 이쯤 되면 40대 중반인 그의 신체나이는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일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한 경마전문가는 박태종 기수가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거뜬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박 기수의 '타고난 체질'을 꼽았다. 체중조절에 시달리는 다른 기수들과 달리 박태종 기수는 별다른 체중조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체력이 여느 젊은 기수들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서 생각해 보면 박 기수가 말했던 '체력이 닿는 때'와 '환갑'까지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는 '경마대통령'이라 불리지만 데뷔 당시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기수였다.

1987년 11월15일 '궁궐'에 기승하면서 "이번에도 우승을 못하면 기수를 그만 두겠다"는 다부진 마음을 먹고야 첫 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데뷔 16전 째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박 기수는 "그 때 관중석에서 환호하던 경마팬들의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었어요"라며 첫 우승의 순간을 회상한다.

하지만 이후 박태종 기수는 1990년 기수 다승부분 TOP5(34승으로 5위)에 들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1996년 당시, 한해 최다승을 102승(종전기록은 1992년 김명국 89승, 현재 한해 최다승은 2008년 문세영 기수의 120승)으로 갈아치우며 최고의 리딩자키 탄생을 알렸다.

이후 박태종 기수는 쾌속질주를 이어가 지난 2000년 종전 기수통산 최다승이었던 김명국 기수(현 서울경마공원 42조 조교사)의 722승 기록을 갱신했고 지난 2004년 1월 '퀸크랏시'에 기승해 국내 최초로 1000승을 돌파한 뒤 5년여 만에 150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1500승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숫자의 차이일 뿐 박태종 기수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매 순간이 대기록이다. 그렇지만 '1500'이라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간과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 경마팬은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이며 곧 달성하게 될 1500승은 한국경마의 자랑이다"라고 말했다. 한 경마팬의 말이지만 실제로 박태종 기수는 한국경마의 자랑이요, 살아있는 역사임에 틀림없다.

한편 1500승 기록은 향후 10년간은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RA 한국마사회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도 기수랭킹 상위 5위권 기수들의 평균승수가 88승이었고 현재 다승 상위권 기수들이 10년 간 88승을 꾸준히 해야만 1500승에 육박하게 된다.

현재 상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는 문세영, 조경호, 최범현 기수 등이 매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고 해도 최소한 10년이 걸리게 된다. 통산 성적 상위권 기수들은 이미 40대에 접어들어 사실상 기록갱신은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천벌 황태자로불리며 박태종 기수의 라이벌로 잘 알려진 김효섭 기수는 가장 가능성이 높았지만 조만간 조교사로 데뷔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박 기수의 라이벌로 최다승에 도전할 수 없게 됐다.

이렇듯 한참동안이나 나오지 못할 대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경마'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다지 곱지 못해 박태종 기수는 '은밀한 스타'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차범근', '박지성'은 알고 있고 야구를 모른다고 해도 '박찬호', '이승엽'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박태종 기수를 모르는 비 경마팬들이 많은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연인들과 가족단위 방문객이 경마를 즐기러 서울경마공원을 찾고 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는 제2의 박태종 기수가 국민기수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