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모던걸 '이미연대표'

[뉴스인] 정지영 기자 =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연일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강남모던걸’의 전시장을 찾았다.

‘지미컴퍼니’의 공동대표이자 이 전시의 총감독인 ‘이미연대표’를 만나, 젊은 여성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각광 받고있는 ‘강남모던걸’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이미연대표, 홍보대사 지세현배우

다채로운 색채와 화려한 디스플레이,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그림 등 400평이 넘는 공간에 수놓아진 각양각색 공간은 ‘일제강점기’라는 가슴 아픈 우리 역사 속에서, 친일을 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배신감을 느끼고 자살한 오빠, 그리고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 언니를 둔 ‘신경자’라는 젊은 ‘모던걸’의 인생스토리 뿐이 아닌 지금 시대의 여성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그녀의 메세지가 담겨져 있었다.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남모던걸’ 원안자 총감독 ‘지미컴퍼니’의 ‘이미연대표’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전시에 타격이 크실텐데 이런 시점에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드시죠.

“사람들이 모이려 하지 않으니 속상하고 힘들지만 뜻밖에 저희들의 예상을 뒤엎고 사람이 적은 지금이야말로 가장 쾌적하고 안전한 컨디션에서 자신의 인생사진을 건질 절호의 기회라며 달려오시는 전략적인 분들이 꽤 많습니다(웃음). ”

-강남모던걸 전시 주인공인 ‘신경자’라는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웃음). 처음 작가들 업체들에 작업 문의할 때 다들 지미컴퍼니나 강남모던걸이 어디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며 유령회사냐고 거절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해 모든 사람들이 전시 컨셉을 한번에 알 수 있는 모던걸의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한시간 만에 ‘신경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시놉시스를 썼습니다. 결과는 이 시놉시스가 전시 원안이 되어 원안을 보신 분들은 다들 흔쾌히 참여의사를 전해왔고 그렇게 전시 오픈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전시 오픈 준비기간이 75일 이었다던데 그게 가능한가요?

“그럼요! 인간관계 파탄 나고 몸과 영혼이 피폐해지는 걸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가능합니다(웃음). 9월 중순쯤 갑자기 파트너사가 바뀌면서 12월20일 오픈만 해달라는 절박한 제안을 받고, 못한다고 도망 다녔습니다. 그러다 10월1일 더 나이 들기 전 불가능에 도전해 보자는 결심을 하고 모든 전시 관계자들을 모아서 시간상 가급적 소통을 생략하고 제가 독재자가 되어 이 프로젝트의 진도를 치고 나가겠다고 협조요청을 했습니다. 10월5일부터 일러스트레이터 리서치 섭외와 인테리어 회사들의 제안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직원들이 일의 경험이 없어 10일동안 진행을 못하고 업무 과부하가 걸린 모습을 보고 직원들을 가르치면서 일하면 오픈날을 못맞추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정리하고 저를 잘 아는 예전 제 스탭에게 개인비서 업무를 도와줄 것을 급히 요청하여 둘이서 3일만에 신인작가 84명의 자료를 찾아내어 그중 33명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안 그래도 전시 후기에 그림에 대한 칭찬들이 많고 그림에 담긴 작가들 각각의 스토리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가들을 픽한 과정과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저에겐 정말 시간이 없었습니다. 꽤 인지도 있는 작가 한 명을 중심에 두고 신인들로 가려던 초기 계획을 뒤집고 33명을 일주일간 인터뷰하면서, 모든 작가들을 신인으로 가야 내가 원하는 그림 150점을 뽑을 수 있다고 결정하여 갤러리측의 우려에도 신인 8명을 뽑아 진행하였고, 저는 지금도 이 결정이 신의 한수였다고 봅니다.”

-작가들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이 대단하신데 그럼 8명의 작가를 결정하신 기준은 무엇일까요.

“처음 작가들 인터뷰 당시 다시 강조하자면, 시간이 없었고 작가들이 20~25일간 저에게 20장의 그림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녀들의 테크닉보다 그림체가 겹치지 않는 밸런스를 첫째로, 그 다음은 인품과 태도를 보고 직감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클리오방의 ‘박해람작가’ 같은 경우 인터뷰 15분 만에 결정하고 집에 가서 바로 작업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해람씨는 21살 여대생입니다.”

-아 그래선지 작가들의 개성이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작가들이 대표님의 디렉션하에 스케치 컨펌 후 작업을 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했다던데 결과적으로 만족하시나요.

“네, 제가 8명의 작가(수수, 온진, 다혜, 해람, 아갸미, 몽상, 정해영, 쥴리)들에게 원했던 건 그림을 그리려 하지 말고 감독인 나의 배우가 되어 달라였습니다. 다들 처음에 당황했죠(웃음). 저는 8명의 그녀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듯 그림으로 표현해야 할 스토리에 대해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부여 받은 모던걸의 인생에 대해 같이 고민했습니다. 작가들이 작업을 하면서 점점 모던걸들의 불행한 일생에 공감하고 작업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 때 행복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설치 작가팀의 공간이 무척 새롭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EE토탈아트팀 308아트쿠르팀에 대해 설명부탁드립니다.

“사실 그림 작가들을 모두 신인으로 갈 수 있었던 건 바로 두 공간팀들의 명성과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을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현준, 이윤정 부부’ 아티스트는 제가 전시를 해 본 경험이 없어 몇개의 체험전을 공부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찾아가 볼 때 가장 강렬함을 안겨 준 아티스트입니다. 어떤 주제를 주어도 거기서 파격을 찾아 낼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308아트쿠르’는 제가 우연히 그들의 계정을 보고 영리한 루키들을 알게 된 즐거움이 있어 픽했는데 알고 보니 작년 한해 28개의 전시를 해낸 굉장한 선배님들이었어요(웃음).”

-첫 전시를 단기간에 오픈하시느라 아쉬움이 많으셨을텐데 가장 아쉬운점은 무엇인가요.

“역시 시간과 예산입니다. 지금도 아침마다 내가 몇 달 동안 무슨 짓을 한 거지? 멍해지곤 합니다. 제가 420평 공간을 75일만에 초저예산으로 채웠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이런저런 비슷한 일들을 제안해 주시는데 앞으로는 충분히 준비하고 일 할 예정입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 중 하나가 일단 시작하면 다 하게 되어 있다는 식의 나이브함인데 그러다 보면 디테일을 잃게 됩니다. 컨텐츠사업의 핵심은 디테일이고, 디테일이 흥행이고 돈입니다. 참고로 저희 전시는 오픈 이후 제가 계속 디테일을 채우고 있고 다행히 많은 관람객 리뷰에서 체험전시 중 역대급 퀄리티라는 칭찬들을 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전시를 기획하고 연출하신 입장에서 좀 더 재밌는 관람과 체험을 위해 관람객분들한테 알려주실 팁이 있을까요?

“우선 전시를 오시기 전 100년 전 한국역사상 최초로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았던 신여성 최승희, 나혜석, 김향안, 윤심덕, 남자현열사 등에 대해 검색을 해 보시고 오시면 전시 스토리가 한눈에 들어오실 거고 사진 찍을 때 포즈도 더 리얼하게 나오실 겁니다. 뭐든 알아야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죠.제가 공간 안에 여러가지 인생사진 찍기에 도움이 될 오브제를 구성해 놓았으니 남들과 다른 사진을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해 찍어보시길 바래요. 아, 의상대여소! 한성스캔들에서 그 시절 의상을 입고 입장하시는 건 기본이겠죠? 강추입니다!”

-대표님은 이미 체험공간전시 관련 컨텐츠 기획을 29개나 만들어 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의 다음 전시가 벌써부터 기대되는데요, 이번에 첫 체험전시를 하시면서 업계에 대해 느낀점을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 제가 아트디렉터 역할부터 1인5역을 하면서 닥치는대로 일한 건 제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과 저 자신의 사업 경험치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저는 일을 배워서 해본적이 없어요, 시작하면서 바로 해냅니다. 하지만 아무나 이런 식으로 일해선 안 됩니다, 큰일나죠 (웃음). 앞으로 이런 체험전시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미술시장의 강자로 업계를 주도할 겁니다. 이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SNS 계정의 주인공이고 에디터인 시대입니다. 잡지업계가 어려워진 원인이기도 합니다. 항상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보수적이고 페쇄적인 미술업계를 좀 더 다양한 장르로 발전시킬 거고 그 호응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가지 미술계에 잭팟인 사업이 있을거라 봅니다.”

-네, 시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세요.

“올해 코로나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올해의 계획에 여러가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소매업의 종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경고하듯이 지금 유명백화점, 마트들 조차 집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한 많은 건물주들 분들의 고민이 깊어질거라 봅니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이런 시대에 저와 같은 창의적인 공간 컨셉터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거라 봅니다. 단순히 미술이라는 장르를 벗어나 다양한 업계와 콜라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버려진 공간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제안을 기다립니다. 서로 도와야 합니다. 1세대 기업가들처럼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공한다는 얘긴 이제 꿈같은 전설이죠 '일단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여성을 모티브로 전시기획 된 ‘강남모던걸’은 그 시대의 여성의 삶과 더불어 미쳐 생각지 못했던 그녀들의 갈등과 이상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들은 그때에도 지금도 ‘편견’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인생을 즐기고, 자신을 찾아가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다.

공간 재생의 획기적인 콘셉터인 ‘이미연대표’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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