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환씨(왼쪽)와 신동진 교수.

[뉴스인] 조진성 기자 = 뇌의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며 자신도 모르게 발작하는 병. 사회적 편견 때문에 움츠러드는 병. 뇌전증 환자이자 기타리스트인 강동환씨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연말 공연을 준비했다.

강씨는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다. 어려서 시작된 병은 학창시절을 겪으며 그를 더욱 방황하게 했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괴감이 따라다녔다. 

강씨가 13살 때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신동진 교수(대한뇌전증학회 편견대책위원회 위원)를 만났다. 기타 연주를 좋아했던 강씨는, 악기에 관심이 많던 신 교수를 만나 친밀감을 쌓으며 기타리스트로서의 꿈을 키우게 됐다. 독일 유학 등 중요한 고비 때마다 신 교수와 상의하며 꿈을 향해 도전했다. 뇌전증 치료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끔 발작이 올 때도 있지만 ‘병에 끌려다니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신 교수의 조언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강씨는 “내가 가진 재능을 이용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뇌전증 환자들, 특히 어린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며 “뇌전증 환자도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건강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신 교수를 도와 뇌전증학회가 주관하는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강씨가 기획하는 연말 공연 ‘선율, 12월’을 준비했다. 강씨와 함께 연주하는 동료 신혜정(반도네온), 최소영(바이올린)씨도 같이 무대에 선다. 강씨가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와 반도네온, 바이올린의 선율이 어우러진 화음이 무대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연주에 앞서 신동진 교수는 뇌전증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미니 강연을 준비했다. 신 교수는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자전거는 영원히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뇌전증 환자들도 증상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꾸준한 치료와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넘어졌을 때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가 만든 뇌전증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없애고, 뇌전증에 대한 인식 개선 작업과 함께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타리스트 강동환의 ‘선율, 12월’은 21일 토요일 오후 7시 가천대 길병원 가천홀에서 개최된다. 관람을 원하는 누구나 사전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