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옥토버페스트와 같은 맥주도시를 꿈꾸다

퇴근 시간이 기다려지는 을지로 노가리 호프 골목(사진 = 정경호 기자)

[뉴스인] 정경호 기자  = 인쇄소, 조명 가게. 공구 가게들이 늘어선 뒷골목. 6시쯤 이들 가게들이 퇴근을 하자 골목에 파란 간이 테이블이 놓이기 시작한다. 차량 통행도 멈춘다. 금세 사람들로 골목이 꽉 차고, 테이블에는 노가리와 맥주가 쌓인다.

시간을 거스른 듯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쇠락해 가던 골목의 변화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힙지로(힙+을지로), 노맥거리로 불리며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몇 년 전까지 주로 찾던 50~70대에 젊은이들이 가세해 전 세대가 어울리며 매일 축제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노맥거리는 어려운 자영업자, 활기를 잃은 골목 상권에 하나의 해법을 던져준다. 거리를 살린 것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지켜온 가게의 맛과 추억이다. 어디에도 없는 경쟁력이다.

여기에 지역 상인들이 뜻을 모았고 관의 협력이 있었다. 서울시 중구청이 이곳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와 협의해 옥외 영업을 허용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힙’한 명소가 되면서 활기를 찾은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을지로 노가리호프 번영회’ 김형두(수표교 호프 대표) 전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노맥거리가 정식으로 형성된 것은 3년 전, 2016년부터입니다. 그 전에도 골목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했지만 불법이었죠. 그러다가 이 지역에 한해서 7시 이후에 옥외 영업을 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어요”

지난 축제 기간동안 손님들이 맥주 한잔에 노가리 하나 시키면 자동 기부가 되는 행사 '노백축제'

7시 이후 차 없는 거리는 주변 다른 업종 상인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맥주 파는 집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업종의 가게나 사무실의 협조 없이는 안 되는 일인데,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이해를 해주셨습니다. 가게마다 동의서를 다 받아서 7시 이후에는 차를 다 뺄 수 있게 됐어요”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문제는 다 같이 풀어야 할 숙제다. 수시로 번영회 사무실에 가게 대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는 중이다.

“가게도 중구청도, 주민센터도 다 알고, 고민하고 있어요, 민원도 많이 들어오죠. 화장실이 부족하다보니 노상방뇨 하는 분도 있고, 아무데서나 흡연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화재 위험이 있어서 재떨이를 따로 설치해야 하나, 이것도 고민거리입니다.

사고와 화재 예방을 위한 CCTV 설치, 깨끗한 거리를 위한 물청소, 해결할 일이 많은데, 모든 가게가 같이 해야 할 일이죠”

전국의 많은 ‘거리’와 ‘골목’이 유명세를 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졌다. 김형두 대표는 상생을 강조했다. 같이 잘 해야 노맥거리가 유지되고 노맥거리가 유지되어야 전체 가게가 잘 된다는 것이다.

독일 뮌헨의 맥주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김형두 '수표교 대표' (사진 = 정경호 기자)

100년 가게가 지키는 거리인 동시에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거리. 상인들 모두의 뜻은 노맥거리를 서울의 옥토버페스트로 만드는 것이다.

“테이블 대신 서서 마실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말해준 분도 있는데. 이 곳을 좋아하는 분들이 먼저 노맥거리를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같이 상생하고 발전하려면 이 거리가 아름다워야죠. 사람들이 편안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기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을 알리는 거리 홍보영상을 찍어 갔어요. 외국인 관광객도 일부러 찾아와 즐기는 거리, 독일 뮌헨의 맥주거리처럼 발전하는 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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