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무장이었던 곽자의(郭子儀·697~781)가 연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그린 조선시대의 10폭 병풍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오른쪽 백자는 조선시대의 백자철화운룡문호. (출처=다보성전시관)

[뉴스인] 김동석 기자 = 2011년 런던의 한 경매에서 청나라 건륭제 때의 도자기 ‘길경유여(吉慶有余) 무늬 투각호’가 973억5500만 원에 거래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면 우리 도자기는 어떤가. 1996년 10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백자철화운룡문호가 841만 달러로 당시 환율 약 70억 원에 팔린 것이 최고가다. 그만큼 한국 고미술은 저평가돼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고미술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구한말까지 망라된 우리 고미술 1000여 점이 선보이는 ‘3·1운동 100주년 기념-한국의 미 특별전’이 7월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운동 다보성전시관에서 열린다. 고미술 특화갤러리로 40여 년간 인사동 일대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다보성전시관이 소장품을 중심으로 단독으로 기획한 전시다.

전시에는 다보성전시관 소장품인 도자기, 금속공예, 목기, 민속품, 서화 등 1000여 점이 1, 2층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1층에는 주로 도자기, 불상, 금속공예가 전시된다. 몸체에 둘러진 장신구 문양을 흑, 백상감으로 새겨넣은 고려시대의 청자상감여래입상(높이 48㎝), 몸체 전면에 구름 속에 여의주를 집어삼키려는 역동적인 모습의 용문을 빠른 필치로 그려 넣은 17세기 조선의 백자철화운룡문호(높이 35.2㎝)가 눈길을 끈다.

처음 공개하는 고려시대 청자상감죽절표형주자와 북한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작품과 유사한 분청자음각연화조문투각불감도 주목할 만하다. 고려시대 청자 상감주자는 마디를 백상감기법으로 처리했고, 백자 불감(佛龕·불상을 봉안하는 감실)은 북한 박물관에 있는 유물과 비슷하다.

당나라 무장 곽자의(郭子儀·697~781)가 호화저택에서 가족과 연회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대형 궁중화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가 1층 전시실 앞 오른쪽에서 손님을 맞는다. 2층에는 목기, 서화, 민속품이 전시돼 있다. 목기로는 남한산성반닫이, 강화반닫이, 경기도 약장이 섬세한 조형미를 뽐내고 있다. 남한산성반닫이는 장석과 함께 전면에 나타나는 나무결이 특징이다. 매헌(梅軒) 윤봉길(1908~1932), 청하거사(靑霞居士) 이준(1859~1907), 의암(義菴) 손병희(1861~1922)의 서예 작품도 볼 수 있다.

고미술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고미술품 가격이 떨어졌을 때가 ‘컬렉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 측면에서 볼 때 고미술품이 분명히 국내외적으로 저평가 돼 있고, 언젠가 시장이 되살아나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물론 위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작품의 유통 이력을 명확히 확인하고, 전문 감정기관에서 진위 감정을 분명히 받아야 한다.

고려시대의 청자상감여래입상. (출처=다보성전시관)

다보성고미술 김종춘 대표는 “선조들의 유물 자체가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고미술계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번 기회에 침체된 분위기를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며 “특히 이번 전시는 천도교의 박남수 전임 교령이 추진한 천도교중앙대교당 일대의 3·1운동 100주년 기념 정비 사업이 완료되는 2019년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려 뜻깊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보성전시관은 3·1운동을 주도한 천도교 중앙대교당 옆 수운회관에 있다. 중앙대교당은 손병희 주관으로 1918년 공사를 시작해 1921년 준공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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