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즈 미켈슨<아틱>

[뉴스인] 박준식 기자  = 대부분 기존의 생존, 재난 영화들의 출발은 주인공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함께 사고로부터 시작한다. 남아있는 가족, 극적 긴장감을 최대치로 전달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틱>은 독특하게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서 조난당한 ‘오버가드’가 구조를 기다리면서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으로부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그의 과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언제부터 조난을 당했는지의 디테일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그에 대한 정보는 오직 그의 이름뿐. 이것은 비단 주인공 ‘오버가드’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그가 구출한 또 다른 조난자에 대한 정보 또한 극 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가 타고 왔던 헬기, 그녀가 품고 있던 가족사진 등을 통해 그녀의 과거를 짐작할 뿐이다. 조 페나 감독은 “주인공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버가드’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이 만난 새로운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이다”라며 영화 속 인물들의 과거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아틱>이 기타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두는 점은 또 있다. 단순히 생존을 다룬 작품이 아닌,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하는’ 공존과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라는 것. 묵묵하게 구조를 기다리며 자신이 정해 놓은 규칙대로 삶을 살고 있는 ‘오버가드’는 자신을 구하려다가 추락한 헬기 속 생존자를 위해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위대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지도 하나만을 의지한 채 임시 기지로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한 것. 자신보다는 남을 살리기 위해 변화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매우 큰 감동을 선사한다. 매즈 미켈슨은 “다른 인간과 오랜만에 접촉한 ‘오버가드’가 조난자를 따뜻하게 안아서 눕혀주는 장면은 매우 부드럽고, 감성적인 순간이다.

영화 속 터닝 포인트가 되는 이 장면은 내가 <아틱>에서 제일 사랑하는 장면이다”라며 강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북극에 적응해서 살아가던 ‘오버가드’가 새로운 생명과 마주했을 때의 감동과 경이로움, 그리고 생사를 오고 가는 조난자를 위해 자신에게 찾아올 모든 위험도 감수하고 새로운 여정을 떠나게 되는 모습은 강렬한 스릴과 함께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며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