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전 병실에서 동승찬 소방장(사진 가운데)과 흉부외과 이석인 교수(사진 가운데 오른쪽) 등 의료진이 함께 찍은 사진.

[뉴스인] 조진성 기자 = 수많은 생명을 구조해 온 소방대원이 수중 훈련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힘든 치료를 견디고 건강히 퇴원했다.

심장과 폐의 기능을 기계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고난도의 '에크모' 치료를 받은 그는 "새롭게 얻게 된 생명을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인천소방본부 강화소방서 동승찬(44) 소방장. 동 소방장은 지난 1월3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 훈련 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몸을 풀던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을 잃게 됐다.

약 5분 뒤 동료들에 의해 발견돼 심폐소생을 받고 심장박동은 돌아왔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곧바로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실려왔다.

응급실 도착 직후 동 소방장의 산소포화도는 31%로, 통상 산소포화도가 90% 이하일 경우 산소 부족에 의한 장기 기증 장애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수영장 물은 담수나 바닷물에 비해 세균 오염이 심해 흡입으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이 높다.

동 소방장에게는 에크모(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 ECMO) 치료가 결정됐다. 에크모는 환자가 인공호흡, 강심제 투여, 심폐소생술 등에도 생명 유지가 어려울 때 시행되는 수단으로,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 주는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환자에서 에크모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회복 가능성은 40~6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흉부외과 이석인 교수를 비롯해 가천대 길병원 에크모팀은 환자의 사타구니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 에크모 시스템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한 후, 목 정맥으로 다시 혈액을 환자의 체내에 주입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낮아진 산소포화도가 오르기 시작해 95% 이상으로 유지됐다.

다행히 산소포화도는 95%로 올라 한숨 돌렸지만 신장기능이 악화돼 급성신부전이 발생했다. 간헐적 혈액 투석과 이후 갑작스러운 폐렴 악화, 구조 당시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가 골절돼 이산화탄소 혈증이 발생하는 등 몇차례의 고비가 찾아왔으나 동 소방장은 의료진을 믿고 잘 견뎌냈다.

동 소방장은 25일간의 에크모 시술과 54일간의 투병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26일 퇴원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이 80kg에서 60kg으로 20kg이나 줄었다. 치료를 맡았던 이석인 교수는 "장기간의 에크모 치료와 중환자실 치료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소방훈련으로 다듬어진 강인한 의지와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 소방장은 "아내와 두 아이를 생각하면 치료를 포기할 수 업었다"며 "이 교수를 비롯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재활 후 현장에 복귀한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 소방장은 아내 변춘화(43)씨와 2006년 결혼해 10살, 8살 두 아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12년째 소방대원으로써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 동씨는 꾸준한 재활치료로 현장 업무에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