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누는 아이 이미지. (출처=pixabay)

[뉴스인] 김태엽 기자 = #5살 남아를 키우는 주부 황씨는 아이가 열도 없고, 감기 증상도 없었는데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여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겨울철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는 아닌지 걱정하던 찰나, ‘변비’라는 뜻밖의 진단이 나왔다.

모유 수유를 하는 아기들의 일부에서는 정상적으로 수일 이상 동안 변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생후 2주경의 신생아는 평균 4회 대변을 보고, 점차 대장의 수분 보유 능력이 성숙되가는 2세부터는 평균 1.7회, 3~4세는 성인과 유사하게 하루 3회에서 주 3회 정도의 배변을 하게 된다.

변비의 증상은 ▲배변횟수가 주 2회 이하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의 유분증(대변 지림) ▲대변을 참는 증상 ▲배변 시 굳은 변을 보면서 통증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는 경우 ▲직장에 대변이 다량으로 저류된 경우 ▲대변이 굵어서 변비가 막히는 경우다. 이러한 증상이 2개월 내 최소 1주일에 한 번 이상 앞서 말한 변비의 증상이 2가지 이상 나타났다면 변비로 진단한다.

◇만성 변비, 1세 미만 2.9%, 1~2세 10.1%, 4세 이상 22.6~34.0% 비율로 나타나

소아의 만성 변비는 매우 흔한 소화기 질환 중 하나로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세 미만 2.9% ▲1~2세 10.1% ▲4세 이상 22.6~34.0% 비율로 나타난다. 배변 장애로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 수는 전체 소아과 환자의 3%, 소아 소화기 환자의 10~25% 정도이며, 이밖에도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변비의 원인은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기능성 변비가 90~95%로 대부분에 해당한다. 섬유소와 수분 섭취가 부족하고 특히 요즘처럼 바깥 활동이 제한적인 겨울철에는 이전에는 없던 변비가 생기는 아이들이 많다. 신체 활동이 줄어든 만큼 장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지 못한 까닭이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혜 교수는 "일반적으로 변비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변비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변비로 진행되고 오심, 구토, 복통, 복부 팽만, 식욕부진으로 이어져 성장기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드물게 변비의 합병증으로 요로감염, 항문열상, 전초치질(Sentinel pile), 직장 탈출증, 성장부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어든 활동량과 육류 밀가루 위주의 식습관이 변비의 주범

변비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은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전달하는 유‧소아기 이후에는 채소를 거부하고 편식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 피자, 햄버거, 치킨 등의 패스트푸드는 육류나 밀가루가 주성분으로 장에서 대부분 흡수되는 단백질이나 지방의 비율은 높고, 섬유소는 부족해 형성되는 대변량이 적다. 결과적으로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양이 될 때까지 장내에 변이 오래 머물면서 딱딱하게 굳은 변을 보게 된다.

문제는 아이들이 배변할 때 돌처럼 굳은 변을 보면 심한 통증을 느껴 변기에 앉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통증과 두려움 때문에 대변을 참으면 대변 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수분이 흡수되어 딱딱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배변을 참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배변을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소아 변비 치료 약물로 대변을 묽게 하여 직장에 정체되지 않고 원활하게 배출하도록 하는 유지기 치료를 먼저하고 난 이후에 배변 연습을 해야 한다.

대변을 가리는 연습을 시작하면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두고 배변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 식후 위장-결장 반사를 이용하여 식후 10~20분 사이에 5분 정도 변기에 앉아 있도록 하고, 일반용 변기가 너무 큰 유아들은 어린이용 휴대 변기를 이용하거나, 일반 변기에 덮개 패드를 달고 양 발바닥이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발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배변을 못 하더라도 변기에 앉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 주고, 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보았을 때는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등의 작은 보상으로 어린이의 배변 의지를 격려해 주면 더욱 좋다.

◇시간 여유를 두고, 약물치료, 식이조절, 행동조절 함께

이처럼 변비의 원인은 식습관, 생활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보호자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 약물치료, 식이조절, 행동조절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변비의 치료는 첫째 약물이나 관장으로 직장에 저류된 대변을 제거한다. 둘째는 대변을 참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변을 묽게 하는 하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배변이 3개월 이상 유지되면 하제를 점차 줄여나간다. 변비 치료를 하더라도 복약 순응도가 나쁘거나 보호자의 임의대로 약물을 감량하거나 중단할 경우, 치료 효과가 좋지 않고, 배변을 하더라도 변비가 재발률이 높다. 치료과정은 변비로 장기간 대변이 정체됨으로 인해 배변 감각이 둔해져 버린 대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최소 수개월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소아 변비의 치료약제는 성인과 달리 자극성 하제가 아닌 삼투성 하제를 복용하게 되므로 장기 복용과 관련한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변비약을 증상이 심할 때만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일과성으로 끝나기 쉽고 변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전문의 상담을 통해 변비의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분과 섬유질 풍부한 사과, 딸기 좋아요. 바나나, 감은 변비 악화

이와 함께 이뤄져야 할 부분은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다. 식사 섭취량 자체가 적은 경우는 전체적인 경구 섭취량을 증가시키도록 군것질을 자제하여 식사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 편식이 심한 경우에도 식사량이 충분하더라도 변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분 섭취를 늘리고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비에 좋은 음식은 ▲과일류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살구, 딸기, 키위, 포도 등) ▲잡곡류 (현미, 보리, 율무) ▲콩류 (콩, 팥, 청국장) ▲각종 채소류 (배추, 시금치, 부추, 양상추, 토마토, 우엉, 브로콜리, 샐러리, 고구마, 토란, 연근, 단호박) ▲견과류 (땅콩, 호두, 아몬드) ▲해조류 (김, 미역, 다시마, 한천, 톳) ▲전곡류 (옥수수) ▲버섯류 등이다.

이은혜 교수는 “과일이라 하더라도 탄닌이 많은 바나나, 감은 변비를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유제품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도 과량으로 섭취 시 특히 생우유의 경우 칼슘 과다로 변비를 악화시키므로 하루에 400cc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야쿠르트, 요거트는 유산균이 풍부해서 장내 환경을 유익하게 하지만 다른 고형 음식 섭취에 영향을 주므로 과량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기질적인 원인에 의한 변비는 수술적인 치료 필요해

앞서 말했듯이 소아 변비의 대부분은 기능성 변비이므로 임상적인 평가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5~10%에서는 해부학적 이상, 신경학적 이상, 내분비 질환, 대사성 질환,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철저한 병력 청취와 진찰 소견을 바탕으로 한 내분비적인 요인을 확인하기 위한 혈액 검사가 필요하다. 저류된 대변의 확인 및 척추, 천골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단순 방사선 촬영을 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항문 부위의 구조적 이상, 선천성 거대 결장증 등이다. 이때에는 조영제 검사와 직장 항문 내압 검사를 통해 감별한다.

선천성 거대 결장증은 장관의 운동을 관장하는 교감신경의 세포가 없어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이다. 신경세포가 없는 장관의 길이에 따라 증상 정도나 발현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 신생아 때 태변 배출 이상,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진단하는데, 신경세포 결손 부위가 짧아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단순 변비로 오인되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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