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관련 이미지. (사진=다사랑중앙병원 제공)

[뉴스인] 김태엽 기자 =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가 논란이 되면서 강력 처벌과 사회적 격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일 광주의 한 원룸에서 지인 3명과 술을 마시던 50대 남성 A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알코올 중독자와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연말인 지난해 12월30일부터 무려 일주일에 걸쳐 자다가 일어나 술을 마시길 반복하며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께 있던 지인들은 "A씨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머리와 가슴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졌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머리 부위의 멍 자국과 뇌출혈이 사망 원인이라는 부검 결과에 따라 일행 중 B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술에 취해 자는 도중 A씨가 화장실에 자주 드나들며 잠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한 차례 발로 찬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하던 A씨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 쓰러졌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사망했다.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1년 전 알코올 중독 치료병원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사이로 입원 당시 함께 외부에서 술을 마셔 강제 퇴원을 당한 뒤에도 한 동네에 살며 술자리를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알코올 중독 치료 뒤 술 마시다 사망'이라는 내용으로 보도되며 한동안 큰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다사랑중앙병원 김석산 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이들이 '술 문제는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생겨난 편견"이라며 "이 같은 사회적 비난과 선입견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함에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치료를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술은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과도한 음주는 중독을 유발해 술을 조절하는 뇌 기능을 망가뜨린다.

결국 술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가정과 직장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자살이나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알코올의 효과가 각인된 뇌는 끊임없이 음주 욕구를 부추기기 때문에 아무리 술을 끊으려 굳게 다짐하고 결심해도 음주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거나 치료 중이나 치료 후에도 재발이 일어나기 쉽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은 환자의 44.5%~80.3%는 치료 후 6개월 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단순히 내과 치료와 술과 격리시키는데 중점을 둔다면 퇴원 후 다시 술을 마실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악순환만 이어지게 될 뿐"이라며 "알코올 의존증은 술로 인해 망가진 신체적‧ 정신적 치료와 함께 가족치료, 직업적‧사회적 치료, 영적인 치료까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퇴원 전 재발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석산 원장은 "자신의 병을 머리로 이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과 실천을 통해 술에 의존하며 살아왔던 삶을 변화시키고 술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퇴원 후에도 단주생활을 실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임과 외래진료 등 체계적인 사후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병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치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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