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뉴스인] 박준식 기자  = '가버나움'은 예수의 기적이 많이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도시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음으로 곧 멸망하리란 예언을 들었고 6세기에 퇴락했다. 최근에는 혼돈과 기적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모든 모험이 이와 같지 않을까? 모든 혼돈의 안개 속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난다"라고 전했다.

<가버나움>의 시작은 나딘 라바키 감독에게 너무 익숙하게 보이는, 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감독은 “레바논은 현재 난민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경제 문제로 연결되고 있고 그래서 거리의 아이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에 나는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이런 범죄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을까?’ 이 아이들을 지속적인 위험에 방치하는 건 진짜 범죄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히며 “우리는 차를 타고 아이들을 지나쳐버리기만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 문제에 대해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먼저 알고 싶었다”라고 전하며 <가버나움>의 시작점을 밝혔다.

<가버나움>은 레바논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출생기록조차 없는 어쩌면 12살 소년 자인이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역경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과 부모를 고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담고 있다. 영화의 주요 출연진은 모두 비전문 배우로 실제 영화 속 캐릭터와 같은 상황을 겪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 어떤 영화보다 깊은 몰입도와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린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가버나움>을 제작하기 위해 4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통해 조사를 했다. 영화의 모든 것이 현실과 같고 유일한 설정은 소년이 부모를 고소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나딘 라바키 감독은 이 아이디어를 거리의 아이들과 대화에서 얻게 되었다. 거리의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마지막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넌 사는 게 행복하니?”라는 질문이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는 여기에 있는 게 행복하지 않아요. 죽었으면 좋겠어요. 난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말도 못 듣고 배고픈데 먹지도 못하는데 말이죠”라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가버나움>을 촬영하며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나는 인간으로서 큰 변화를 겪었다.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죄의식이 떠나질 않았다. 영화를 본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자격이 없는 것 같아지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마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라고 밝히며 <가버나움>이 관객들을 움직일 힘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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