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사의 찬미, 한소진 작가의 사의 찬미 (사진= 해냄, sbs 드라마 캡처)

[뉴스인] 정경호 기자 = 윤심덕과 김우진이 동반자살하며 드라마 '사의 찬미'가 끝났다.

피비린내 나는 살인이나 주먹질도, 혼외자식이나 상속싸움도 없이 모처럼 브라운관에는 인간군상의 진정한 삶의 무게가 둔중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한 편의 진한 서정시를 읊듯 시대를 초월하며 넘나드는 예술혼까지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런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다면 세상도 그리 시끄럽지만은 않겠다 싶은 꿈같은 며칠이었다.

윤심덕은 그 시대 최고의 스타였다. 최초의 관비유학생이었고 최초의 여류성악가였으며, 최초의 레코드취입, 최다 음반판매량 보유, 최고의 패션모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죽음을 택한 이유를 사람들은 오직 사랑 때문이라 보고 있지만 그 너머에는 문화예술에 무지몽매한 대중이 있었고 주변의 질투와 시샘, 언론의 무자비한 횡포가 있었다. 이런 수많은 이야기들을 3부작으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그저 아쉽기만 하다.

왜 천하의 윤심덕을 고작 3부작이라는 그릇으로 밖에 담아내지 못했을까. 아마도 제작진은 이런 드라마에 익숙지 않은 요즘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았을 테고 평생 불륜의 사랑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던 것도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사실 가부장제와 조혼제도를 온몸으로 거부했던 김우진과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너무 앞서가 탈이었던 윤심덕은 언제나 기자들의 먹잇감이었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저간에 깔려 있던 수많은 사연들을 어찌 3부작에 다 풀어낼 수 있었겠는가. 그래도 영화관이 아닌 안방에서 볼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느껴질 뿐이다.

드라마의 감동을 이어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두침침했던 식민지 조선의 색깔이 윤심덕으로 인해 조금씩 바뀌었던 당시의 술렁는 사회분위기와 그녀로 인해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조선가곡, 그리고 음악가들의 삶과 가족사를 비롯한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소설 <사의 찬미>에 담겨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가곡의 선구자였던 홍난파의 '봉선화'가 윤심덕에 의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봉선화>는 온통 조롱의 대상이었다.

누구에게 왜 그토록 폄하되어 가곡이 가야 할 길이 가시밭길이 되어버렸는지, 어찌하여 초기 음악가들은 배고픔에 지쳐 떠돌며 정신적 문제까지 일으켜야했는지 이 소설은 모두 말해주고 있다.

'선덕여왕'과 '정의공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한소진 작가의 '사의 찬미'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못 느끼던 동반자살의 궁금증까지 모두 풀어줄 것이다.

작가는 윤심덕의 행적이 언급된 각종 기사 및 문헌을 심도 있게 확인하고 드라마작가로서의 상상력을 가미, 4년의 집필과정을 거쳐 원고지 1,200매 분량의 장편소설을 지난 6월에 펴낸 바 있다.

원래는 좀 더 일찍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세월호를 욕되게 할까 봐 그럴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 소설에는 윤심덕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유학을 떠나는 과정, 일본에서의 유학생활, 김우진과의 운명적인 만남, 돌아온 조선에서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데뷔 후 불과 3년 만에 끝내 피하지 못한 절망까지 시와 노래를 함께 엮어 그려냈다.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였던 윤심덕은 여자라는 이유로 때로는 추행과 모욕에 맞닥뜨렸고, 그 시대의 가치와는 다른 생각과 외모를 드러내 보인다고 해서 비난과 수모를 당해야만 했는데 그녀는 도대체 어떤 내밀한 과정을 거쳐 몰락으로 치달았을까.

세기의 사건으로 불렸던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랑이 사회윤리를 어긋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변화의 여명기이자 암흑의 시대를 살아낸 그들의 삶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범한 능력을 가졌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시대와 조화하지 못한 비운의 천재 윤심덕. 그리고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따르지 못해 가슴에 불을 담고 살아야했던 김우진.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그들이 살던 시대보다 얼마나 더 나은가. 이 소설은 시대를 거슬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온몸을 다 바쳐 살고자 했던 인간 윤심덕과 김우진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담은 작품으로, 처절하지만 탐스러워 차마 거부할 수 없었던 그 사랑의 의미를 함께 되묻고 있기에 드라마가 남긴 여운을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다.

◆작가의 말

“근대 여명기의 여성을 한 사람쯤은 소개하고 싶었던 때, 이가슴에 다가온 사람은 바로 비운의 윤심덕이었고 그녀의 그림자로 살아야 했던 김우진이었다.

남아 있는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불륜의 사랑’ 이기에 글쓰기는 그 버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매양 겉돌았다. 그러나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들이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만 생각키로 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집필의 시간이 흘렀다.

사랑에 대해서만은 ,꽉 막힌 그시절보다 더 험악해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 시대의 남과여. 지금도 여전한 가부장제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갈등으로 이 좋은 세월을 다갉아먹고있지는 않은가.

이런 우리를 비통하게 바라보고 있을 윤심덕과 김우진의 눈동자가 여전히 아프게느껴진다“-문학평론가 이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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