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기묘여행>

[뉴스인] 박준식 기자  = 극단 산수유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이자 열 두 번째 정기 공연인 연극 <기묘여행>(토시노부 코죠우 작/류주연 연출)이 12월 6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 무대에 오른다. <기묘여행>은 2010년에 초연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류주연 연출에게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을 안긴 특별한 작품이다.

 

오늘날 타인의 생명은 날로 가벼워지고 뉴스에서는 갈수록 잔인한 살인 사건들이 연일 보도된다. PC방 살인사건, 아파트 주차장 살인사건, 약국 살인 사건 등 흉악범죄 발생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은 빗발치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사형 집행을 외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법이나 제도에 의해 인간의 생명을 좌우해도 되는 것일까? 살인자를 사형시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기묘여행>은 3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1박 2일 간의 짧은 여행을 통하여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자 한다.

작품은 살인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사건에 대한 동기나 의도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있던, 2차 재해를 겪고 있는 남겨진 이들에 집중한다. 죽은 딸의 복수만을 기다리며 버텨 온 피해자의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겨우 일상을 이어가는 어머니, 살인을 저지른 아들이지만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부모,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고통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기묘여행>은 눈앞에 보이는 분노와 광기를 내려놓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깊숙이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증오와 원망, 죄책감과 불안에 흔들리지만 끝내 '순수한 인간의 양심’과 ‘생명의 의지’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들을 통하여 관객들은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기묘여행>은 두 부부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살인과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 기묘한 여행을 알선한 코디네이터는 교도관으로서 사형을 집행한 적이 있다.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타인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이들 또한 입장만 다를 뿐 잊혀지지 않는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지만, 삶을 그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아낸다. 하지만 작품은 이들을 통해 두 부부에게 어줍잖은 화해와 용서를 제시 하지 않는다. 단지 살인을 겪은 이들이 서로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뿐이다. 작품은 살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원작의 고통과 분노, 광분, 슬픔 등의 표현들은 절제되어 있으며, 작품 전반에 적절한 유머와 위트가 스며 있다.

                                                                                                                                                                               

한편, 극단 산수유는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한 <경남 창녕군 길곡면>으로 화려하게 창단을 알린 산수유는 <기묘여행>, <동물 없는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 <허물> 등 우리 사회와 맞아떨어지는 우수한 번역극을 소개해왔고, 2016년 공연된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전석 매진과 더불어 각종 상을 휩쓸며 다시 한번 연극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번역극뿐만 아니라 <냉동인간>, <괴물>, <고비>등 국내 창작극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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