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난달라커피 제공)

[뉴스인] 김동석 기자 =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방송국. 방송 현장은 밤낮 없이 연예인과 제작진들로 가득하다. 쏟아지는 졸음과 허기진 배를 채워 주기엔 너무 늦거나 이른 새벽,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는 커피 케이터링이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은 맛이 없을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직접 로스팅을 하고 숙성시켜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수제 샌드위치들이 방송 현장에서 인기다.

(사진=난달라커피 제공)

맛과 정성 덕분인지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방송국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음악방송의 경우 안 가본 곳이 없다. 아이돌들이 ‘인기가요’ 방송하러 가면 자주 먹는다고 해서 SNS에서 인기가 높은 ‘인기가요 샌드위치’보다 맛있다고들 한다”는 난달라커피의 안지현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안지현 대표와의 일문일답.

-케이터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우리는 새로운 커피나 샌드위치 메뉴를 개발하면 시식 홍보를 합니다. 그걸 보고 연예기획사에서 처음 연락이 왔죠. 그게 계기가 돼 방송국 케이터링을 나가게 됐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도 해달라고 하고, 다른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올 정도였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어요. 따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제작진들이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SBS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물리쳤다나. 하하. 방송국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니 매우 뿌듯하죠."

-난달라만의 샌드위치 만드는 비법이 있나요?

"샌드위치 소스를 직접 다 개발했어요. 남의 것을 흉내 내기보다는 내가 먹었을 때 맛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이유에서였어요. 콩가루를 볶아서 넣거나 마늘을 갈지 않고 손으로 다져서 올리브유에 볶는 등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창적인 소스들을 계속해서 개발하는 중입니다."

-케이터링은 방송국 위주로 하는 건가요?

"방송국에서 주문이 제일 많긴 해요. 음악방송의 경우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아마 음악방송 제작진들 중 우리 샌드위치와 커피를 안 드신 분이 없을 겁니다. 하하. 얼마 전부터는 가수 세븐어클락의 방송국 케이터링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방송국 외에는 교회, 행사장, 자동차 전시장 등의 케이터링을 하고 있고, 아산병원에도 매달 1000개씩 커피를 납품하고 있죠. 우리 커피와 샌드위치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갑니다.(웃음)"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인데 힘들지는 않나요?

"매일 직원들끼리 “우리는 감성으로 일한다”고 해요. 계산하지 않고, 좋은 재료 쓰고, 정성을 다하면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요. 장사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하지만 그런 원칙적인 계산 방법을 쓰지는 않았어요. 항상 50% 이상이 재료비거든요. 하하."

-이 사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작년 1년 동안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올해 3월부터입니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몇 년 되지 않았어요. 대학에서 발효공학과를 나왔고, 사회에 나와서는 IT 회사에서 25년 간 근무했습니다. 커피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기호식품이었죠. 50대가 되면서 제2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할까 고민하다 커피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걸 배운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퇴직을 앞둔 사람이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고 싶은 이들에게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취업성공 패키지’ 제도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곳에서 약 6개월 간 배우며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제과․제빵을 배웠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는 따로 했고요."

-케이터링과 함께 온라인으로도 커피를 판매한다고 들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경쟁할 수가 없었어요. 일반 카페처럼 1층에 자리를 잡으면 월세가 감당이 안 되고, 가맹점을 여는 것도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상가건물 3층에 조그마한 매장을 두고 온라인 판매와 케이터링을 병행하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대신 이런 경우에는 커피 맛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원두 로스팅부터 커피를 진공 팩에 담는 것까지 직접 개발했습니다."

-커피를 진공 팩에 담아 판매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커피 종류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에스프레소는 내리자마자 바로 먹어야 하고, 더치커피는 상온에서 오랫동안 내리는 거라 관리가 소홀해지면 오염되기 쉬워요. 콜드브루는 원두를 갈아서 찬물에 담가놓은 커피라 카페인 함량이 3배나 많죠. 핸드드립 커피는 여과지를 통해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원두의 지방 성분이 제거돼요. 이처럼 좋은 핸드드립 커피를 진공 팩에 넣어 공기를 차단시키면 보관도 오랫동안 가능하고, 신선도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커피라도 쉽게 접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진공 팩에 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우리 같이 나이가 든 후 제 2의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일반적인 카페랑은 다르게 저희 커피 사업은 소액 자본으로도 시작 할 수 있거든요. 인테리어 비용 같은 거품을 빼는 거죠. 온라인 판매와 케이터링만 한다면 굳이 매장이 1층에 없어도 됩니다. 적은 비용을 들여도 충분히 커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업모델을 제시해 주고 싶어요."

-난달라에게 커피란?

"가수 빌리조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 커피 잔 속에는 위안이 있다”고. 현대 사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잖아요. 그런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게 난달라 커피 한 잔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지는 않잖아요. 난달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만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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