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위한 각종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살과 밀접한 음주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 = 다사랑중앙병원 제공)

[뉴스인] 조진성 기자 = 2016년 기준 연간 자살자수 13,092명.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매일 그보다 20배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나라. 오늘날 ‘자살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위한 각종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살과 밀접한 음주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알코올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영 원장은 “자살과 알코올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대한 음주문화로 인해 이면에 있는 술 문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자살 위험을 높이는 과도하거나 잘못된 음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억제시킨다. 한두 잔의 술은 알코올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수치를 높여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과음을 하면 뇌가 알코올의 자극에 둔감해져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게 되고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러한 기분을 다시 술로 해소하기 위해 과음과 폭음을 반복하다 보면 알코올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술 마시는 일 외에는 의욕이나 흥미가 생기지 않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에 빠져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김 원장은 “우울한 사람들은 병원을 찾기보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란 음주효과에 대한 기대로 술을 약물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술에 취해 뇌의 전두엽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자살시도자 1만 2264명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 시도 당시 절반이 넘는 53.5%가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충동적으로 시도했다는 사람은88.9%를 차지했고 계획적으로 시도했다는 사람은 11.1%에 불과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주일에 3∼4회 술을 마시는 ‘위험 음주자’의 자살 위험이 비음주자보다 1.92배, 주 5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자’의 자살 위험 역시 1.93배로 2배 가까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김태영 원장은 “특히 자살사망자 중 음주문제군의 경우 삶 전반에 걸쳐 문제성 음주를 지속하는 패턴을 보이고 자해, 자살 시도력이 있음에도 본인은 물론 가족들조차 음주 문제의 치료 필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살과 알코올이 깊은 연관성을 보이는 만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치료 등 알코올 정책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장은 “자살시도자의 대다수가 언어·행동·정서 상태 변화를 통해 자살 이전에 사전 경고신호를 보낸다”며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주변을 돌아보며 따뜻한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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