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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80년대 리얼리즘의 선구자 이장호 감독
박준식 기자 | 승인 2018.08.21 12:30

[뉴스인] 박준식 기자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이장호 감독을 모시고 그의 대표작 8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장호 감독은 7~8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는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이 당대로는 획기적인, 46만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흥행감독이 되었다. 1980년대 초엔 <바람불어 좋은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 등을 통해 한국의 가난과 억압을 고발하는 리얼리즘 감독으로 주목받았으며 1980년대 중반 <무릎과 무릎사이>(1984), <어우동>(1985) 등 에로티시즘 영화와 이현세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 등을 통해 다시 흥행감독으로 변신했다. 이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라는 걸작을 내놓은 그는 한국영화사의 80년대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013년에 펴낸 『한국영화 100선』에 <별들의 고향>, <바람불어 좋은날>,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 4편이 선정된 것은 이장호 감독의 영화적 성취가 그만큼 뛰어난 것임을 방증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창기 집행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올해 회고전에 선정된 8편의 작품은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그의 영화들은 오늘날의 영화인과 관객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줄 것이다.

별들의 고향

<별들의 고향>(1974)

이장호 감독의 데뷔작으로 최인호의 신문 연재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개봉 당시 46만 명 관객을 동원,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작품이기도 하다.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의처증이 있는 남자의 후처로 살다 헤어진 뒤 결국 술집 여자로 전락한 경아(안인숙)의 이야기가 당대 관객을 울렸다. 이장희의 노래를 비롯해 70년대 청년문화의 새로운 흐름이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고, <영자의 전성시대>(1975), <겨울여자>(1977) 등 흔히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라 부르는 영화들이 70년대를 풍미하게 된 시발점이기도 하다.

바람불어 좋은 날

<바람불어 좋은날>(1980)

이장호 감독에게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정적 작품으로 안성기가 성인 연기자로 다시 스크린에 등장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김성찬, 이영호, 유지인, 김보연, 최불암, 김희라, 박원숙, 김인문, 김영애, 임예진 등 많은 배우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당대 젊은 영화인들에겐 좋은 영화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영화가 그리는 시대는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된 뒤의 서울이다.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가난한 세 청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면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다양한 남녀노소가 등장, 한 시대의 전체상을 보여주는 영화가 됐다.

어둠의 자식들

<어둠의 자식들>(1981)

이철용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고 몸을 파는 여자로 전락하는 한 여인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별들의 고향>과 일맥상통한다. 영애(나영희)는 가수 지망생이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가출하여 신인가수 오디션을 본다. 오디션을 계기로 노래를 배우러 간 영애는 겁탈을 당하고 지방을 전전하는 유랑 가무단에 넘겨진다. 가무단의 색소폰 주자와 살림을 차리고 딸을 낳지만, 남자가 폭행 사건으로 구속되고 딸은 폐렴에 걸려 죽는다. 영애는 결국 거리의 여자로 전락하고 창녀촌에서도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과부춤

<과부춤>(1983)

<어둠의 자식들>과 더불어 이철용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편과 결별하여 살아가는 과부들의 삶을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영화는 세 가지 에피소드로 이뤄진다. 첫 번째, 말숙(이보희)은 돈 많은 재일교포와 사별한 부인이라고 속여 구혼자의 돈을 뜯어내는 사기를 친다. 말숙의 행각은 들통나고 그녀는 구속된다. 두 번째는 말숙 오빠의 아내(박원숙) 이야기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말숙의 오빠가 죽자 그 아내도 과부가 된다. 세 번째는 앞선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진행된다. 기구한 사연을 가진 과부들의 힘든 삶이 계속된다.

바보선언

<바보선언>(1983)

전통적 리얼리즘 스타일의 영화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장호 감독이 혁신적 영화기법을 동원해 후대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어린이의 목소리로 반어적 내레이션을 시도하고 무성영화와 같은 저속 촬영과 풍자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전자오락 소리와 염불 소리와 겹쳐지는 등 사운드의 실험도 눈여겨 볼만하다. “나는 <바보선언>을 내가 만든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독재 시대가 낳은 작품이다. <바보선언>을 시작할 때 나는 철저히 영화를 포기하고 그것도 아니면 영화판을 떠나겠다”는 감독의 말대로 극한을 두려워 않는 맹렬한 태도가 돋보이는 영화다.

어우동

<어우동>(1985)

<무릎과 무릎사이>(1984)와 더불어 이장호 감독의 에로티시즘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조선 성종 시대, 사대부집 규수인 어우동은 미천한 신분의 사내와 사랑을 나누지만, 당대의 관습에 가로막힌다. 집을 뛰쳐나와 죽음을 택하지만,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 어우동은 기생이 되고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서 양반들을 희롱한다. 어우동이 자기 가문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한 시댁에선 자객을 시켜 어우동을 없애려 한다. <무릎과 무릎사이>와 달리 자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발휘하여 남성들의 질서를 비웃은 주체적인 여주인공이 돋보이는 영화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이제하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이장호 감독의 후기 걸작으로 손꼽힌다. 남자는 3년 전에 죽은 아내의 유골함을 품고 길을 떠난다. 그는 우연히 여관에서 병으로 누운 노인과 그를 시중드는 간호사를 만난다. 노인을 월산이라는 곳까지 데려다주면 사례를 할 것이라고 식당 주인이 말해 주지만, 남자는 거절한다. 뒤이어 남자가 잠자리를 같이 한 여인들이 기이하게 연달아 죽음을 당하고 남자는 다시 간호사를 만난다. 이보희가 간호사를 포함, 남자가 만나는 세 명의 여자로 1인 3역을 했고, 이는 영화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시선

<시선>(2013)

1995년 <천재선언> 이후 18년 만에 내놓은 이장호 감독의 장편영화이다. 목사, 선교사, 장로 등으로 이뤄진 선교 그룹이 이슬람 반군에게 납치된다. 반군 지도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목숨을 위협하는 반군 앞에 겁에 질린 선교 그룹은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 선교 그룹 개개인의 적나라한 실상이 드러나고, 목숨이냐 종교적 신념이냐 택일하는 상황이 된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순교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들이지만 진짜 순교는 혼자 목숨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내 종교적 신념을 위해 타인이 죽는 걸 방치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봉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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