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폭력 관련 일러스트. (이미지=다사랑중앙병원 제공)

[뉴스인] 조진성 기자 =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 6세 이웃집 유치원생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50대 회사원 A씨가 구속되며 진술한 내용이다.

이처럼 주취범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검찰청 2017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는 총 948건의 살인범죄가 발생했으며 검거된 살인범죄자의 45.3%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

특히 범행 당시 남성의 49.4%, 여성의 18.4%가 주취 상태로, 남성범죄자가 여성범죄자에 비해 주취 상태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과도한 음주가 가정폭력을 포함한 주취범죄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논문들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며 "알코올 섭취는 공격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요 흉악 범죄의 경우 가해자들이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8살 여아를 강간 상해한 조두순, 2010년 부산 여중생을 납치해 살해한 김길태, 학교에 침입해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성폭행한 김수철, 2011년 2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안 되자 살해한 오원춘 등 잔혹한 범죄 사건의 가해자 모두가 실제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다.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로 뇌의 자제 능력이 무뎌지면서 억눌렸던 분노가 표출되기 쉽다. 특히 알코올이 중추신경계의 통제 기능을 억제하면서 흥분이나 공격성, 충동성 등의 행동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김석산 원장은 "음주와 폭력이나 상해, 성폭행, 살인 등 범죄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음주가 범죄를 일으킨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술김에 실수했다 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범죄의 이유를 술로 핑계 삼고 있다는 사실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둔 조두순이 '술을 마시고 다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술이 깨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 중 일부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음주는 기억력이나 충동 조절 능력, 도덕성, 이성적인 판단 등과 관계가 깊은 전두엽을 손상시킨다.

특히 가해자가 알코올 중독자일 경우에는 일반인에 비해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전두엽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데에서 그치지만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전두엽의 기능 자체가 정상인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갈수록 늘고 있는 주취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취범죄를 음주와 범죄로 나눠 각각 바라봐야 한다"며 "주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보다 엄격한 처벌을 하는 것만큼이나 법적 체계를 통한 강력한 단주 교육과 치료가 동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술만 안 마시면 괜찮은 사람이라면서 술을 마셨을 때와 마시지 않았을 때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편견이 오히려 치료를 지연시키고 주취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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