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 감독(왼쪽)과 변희재 (사진=영화 '애국청년 변희재' 캡처)

[뉴스인] 박소혜 기자 = 고등학교 시절 학생들의 종교활동 강요를 반대하는 1인 시위와 단식을 벌이는가 하면 양심적 병역 거부 등으로 나체시위를 하는 등 시민사회활동을 펼쳐 화제가 됐던 강의석(31).

현재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가 이번에는 대표적인 보수우파 인물이자 극우논객으로 알려진 변희재(43)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를 세상에 내놓았다.

'애국청년 변희재'(제작 노네임필름)라는 제목의 이 다큐영화는 오는 12월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우선 개봉한 뒤 흥행 여부에 따라 대형극장 개봉 확대가 결정될 예정이다.

28일 강의석 감독은 "인간 변희재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다. 2년 넘게 촬영한 게 1000시간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의 다큐 감독이 담은 소위 '일베 대통령' 변희재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2016년 태극기 집회에서 연설하는 변희재 (사진=영화 '애국청년 변희재' 캡처)

영화는 1년 전 겨울 탄핵정국 속 태극기 부대의 집회 장면에서 시작한다. 단상 위에 올라선 변희재와 그를 연호하는 군중들.

그리고 그보다 한 해 전인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에 앞장섰던 변희재는 '종북세력'을 뿌리 뽑겠다며 '종남콘서트'를 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강의석 감독이 콘서트에 찾아간 것이 만남의 시작이다. 이후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따라다니던 강 감독을 변 씨는 어떻게 봤을까.

강의석 감독은 "처음에는 촬영을 반대하긴 했다. 한두 마디 농담한 것으로 언론사에 넘겨서 서로 고소장이 오가는 게 아닌지 우려도 했다. 하지만 계속 애국산악회 등 따라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가십거리만 찾는 건 아니란 걸 변 씨가 이해했다. 정식 계약을 하고 촬영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4·29 재보궐 선거에서 관악을 지역구에 출마한 그의 선거운동 과정을 밀착 취재한 강의석 감독은 "변희재 씨는 카메라 안과 밖이 다르지 않다. 화를 내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하는 변희재 후보 (사진=영화 '애국청년 변희재' 캡처)

변 후보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다니면서 뭘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헌법 46조 위반이다. 예산은 국회에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런 썩은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영화 속 선거유세 장면에서 당시 여당 중진 의원이 "관악구 (주민 여러분) 현명하니까 제대로 챙길 거죠?"하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류 보수 당과도 차별화된 지향을 카메라는 가감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변희재를 둘러싼 사건과 일상을 담았다. 때로는 작은 소동이 끊이지 않지만, 감독과 주인공은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감하는 대화도 나눈다.

강의석 감독(왼쪽)과 변희재 (사진=영화 '애국청년 변희재' 캡처)

영화 속 강의석 감독은 변희재에게 묻는다. "저에게 궁금한 건 없어요?" 변희재는 답한다. "유권자도 아닌데…."

하지만 변희재는 "왜 강의석 군을 캠프에 데려 왔냐"는 우파 진영의 오해 섞인 질문을 받았다며 "캠프 합류가 아니라 취재 중인 거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광우병 거짓선동 수준'으로 안잡히는 걸 보고 너무 실망했다"는 말도 한다.

취재하며 함께 다닌 둘의 관계가 앞서보단 친근해져 있다. 여전히 생각은 다르더라도 말이다.

남남갈등의 평행선을 걷고 있는 우리 사회. 이 영화처럼 한번쯤은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차피 같이 나아가야 한다면 말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