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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화음, 부부 연출가와 감독이 만든다'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 공연, 한 무대 올라
박소혜 기자 | 승인 2017.11.14 18:02
'뉴오페라페스티벌 2017'이 오는 17일 오후 7시30분, 18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 등 세 차례에 걸쳐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공연된다. (사진=코리아아르츠그룹)

[뉴스인] 박소혜 기자 = 현실을 무대에 옮겨 놓은 듯한 사실주의 오페라 두 편이 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7~18일 코리아아르츠그룹이 준비한 ‘뉴오페라 페스티벌 2017’에서는 사랑과 집착, 질투와 복수 등을 그린 이탈리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 공연이 펼쳐진다.

이 두 오페라는 짧은 공연 시간과 비슷한 분위기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이 두 오페라를 부부 연출가가 나눠 맡았다. 서로를 잘 아는 부부가 같은 무대에 오르니 시너지 효과가 나오겠지만, 각각의 이름을 건 연출이니 남모를 경쟁도 되지 않을까.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아내인 엄숙정 연출가가 맡고,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는 남편인 김동일 연출가가 맡았다.

이번 공연의 특이한 점은 이뿐이 아니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보기 드문 부부 연출가의 공연을 올리는 무대 감독도 역시 또 다른 부부가 맡았다. 코리아아르츠그룹의 하만택 총예술감독과 송은주 예술감독이다. 두 부부 커플이 그려가는 오페라 제작기를 14일 뉴스인 사무실에서 들어봤다.

부부 연출가 김동일(왼쪽)과 엄숙정. (사진=박소혜 기자)

◇ 부부의 연출, 큰 그림 그리는 남편과 섬세한 아내

먼저 엄숙정 김동일 연출가 부부. 피아노 전공으로 유학 중이던 엄숙정, 그리고 연출을 배우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김동일은 이탈리아에서 만난다. 2010년 결혼한 뒤 함께 ‘프로시노네 국립음악원’ 연출과에 입학해 공부하고 돌아왔다.

엄숙정 씨는 “성악가나 오페라의 반주를 해왔는데 ‘라트라비아타(춘희)’ 연출 보조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제작과정을 보고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오페라가 재미있어지면서 연출에 뛰어들게 됐다. ‘카발레리아’ 무대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오페라에 대한 마음이 열렸다”고 말했다.

김동일 씨는 “원래 연출은 혼자서 오롯이 하게 되고 교류가 잘 안 된다. 그런 게 마이너스 요소인데, 부부이기 때문에 연출 얘기를 서로 많이 해서 자극도 받고 토론도 하면서 시너지를 얻는다. 내가 못 보는 것을 상대가 본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동안 따로따로 오페라를 연출해 왔다가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엄숙정 씨는 “남편은 숲을 그려서 작업한다면 나는 나무를 그리는 편이다. 서로 반대 성향인 거다. 그렇다고 상대의 좋은 면을 따라가기 위해 나의 성향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내 스타일대로 가면서 상대를 모니터하면서 배울 수 있다. 그래서 10~20년 뒤에 내 연출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동일 씨는 “큰 틀에서 지나치는 것을 아내는 잡아낸다. 섬세한 면이 있다. 세부적으로 가져가면서 큰 그림으로 완성해 간다. 그런 방식이 성악가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작업 방식이나 색깔이 서로 다르지만 그런 점이 참고가 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두 공연이지만 통일성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탈리아 오페라의 ‘사랑과 전쟁’, 사실주의 공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4명의 남녀가 벌이는 사랑과 질투를 그린다. 룰라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군 복무를 떠난 투리두. 하지만 투리두가 돌아왔을 때 룰라는 알피오와 결혼했고, 복수를 위해 산투차를 유혹한다. 이후 알피오와 결투를 벌인 투리두는 목숨을 잃는다.

이어 공연되는 오페라 ‘팔리아치’는 젊은 아내 넷다를 사랑한 카니오가 질투에 휩싸여 넷다를 유혹하는 남자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카니오는 넷다를 흠모하는 다른 남자들과 넷다에게까지 칼을 휘두르게 된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유행한 사실주의 흐름인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는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재현한 작품을 이른다. 이탈리아판 ‘사랑과 전쟁’을 다룬 이러한 작품에서 중요한 연출 포인트는 무엇일까.

김동일 씨는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음악이 화려하고 중요하다. 그동안은 연기나 드라마를 등한시 했다면 우리는 이걸 좀더 살리려고 한다. 본질적인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의 역량을 부각시키는 것이 초점이다. 작품의 스토리 전개뿐 아니라 재해석을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엄숙정 씨는 “극의 흐름을 위해서 자막에 좀더 신경 쓰려고 한다. 원작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의 감성에 맞게 번역하고 음악과 연기를 조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페라가 잘 정착하려면 자막을 통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부 예술감독인 송은주(왼쪽)와 하만택. (사진=박소혜 기자)

◇ 판소리와 오페라가 만나 '판오페라'를 이루듯

부부 연출가의 공연을 한 무대에 올리기로 기획한 코리아아르츠그룹은 지난해 오페라와 판소리를 결합한 ‘흥부와 놀부’ 공연을 창작해 성황리에 마친 바 있다. 창작 공연과 신인 발굴 등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목표다.

하만택 총예술감독은 “판소리와 오페라가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섞어도 이질감이 없고 잘 어울린다. 내년에는 다큐 갈라콘서트를 올리려고 한다. 새로운 콘텐츠뿐 아니라 신인을 발굴해서 오페라 무대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연출과 성악가를 연결해주는 것도 할 일이다. 이번 공연 역시 새로운 시도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하 감독은 아내인 송은주 예술감독이 함께 해줘서 더욱 든든하다. 송은주 감독은 소프라노 성악가였지만 지난 2012년 독일 ‘에센국립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지휘자가 됐다. 지난해 만점으로 졸업한 뒤 귀국해 예술감독으로 합류했다.

송은주 감독은 “남편이 유학하고 귀국한 뒤 나는 독일에 남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남편이 승승장구할 때 뒤처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성악가의 눈으로 합창을 지휘하다보니 악기가 아닌 화음이 이뤄지는 쾌감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두 오페라의 화음을 찾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노래와 연기와 악기와 무대, 이들의 화합과 조화가 부부 연출가와 부부 감독의 지휘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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