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의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주자는 단연 ‘케이팝(K-pop)’이다. 아이돌 그룹은 곡과 외모뿐 아니라 오랜 훈련을 거쳐 완성된 가창력과 안무, 퍼포먼스와 의상 및 뮤직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예술 전체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티스트 외에도 기획자와 경영전문가, 마케터들이 대거 참여한 중장기 사업전략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케이팝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듯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2013년경부터 ‘K-classic(케이 클래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대중화와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클래식 앞에 ’K’만 붙이면 케이팝처럼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서양악기로 한국음악을 연주한다거나, 국악기로 클래식 명곡을 연주하는 것 또는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협연 등 단순한 음악적 협력만으로 과연 우리가 기대하는 ‘케이 클래식’이 완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케이팝은 ‘Korean pop music’과 같이 이미 국내외 인터넷 어학사전에서 뜻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인 성장과 확산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케이 클래식은 눈을 씻고 둘러봐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포스터와 보도자료 등 공연의 표제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첫 단추를 누가, 언제, 어떻게 끼웠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알맹이 없는 소위 ‘현수막식 광고’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케이 클래식을 케이팝처럼 국제적 언어로 사용하려면 최소한 그 단어가 무엇을 상징하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부터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같이 세계적 수준의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을 그 안에 큰 그림으로 그려놓을 것인지, 아니면 서양의 연주자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정악과 산조 등 한국전통음악을 서양악기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주자들을 그 중심에 놓을 것인지, 또는 다양한 국악기와 한국 정서로 표현되는 클래식 명곡이나 명음반을 맨 앞에 내세울 것인지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만약 케이 클래식을 ‘티켓 파워(ticket power)’가 넘치는 국내외 대중화 물결에 노골적으로 띄우는 것이 목표라면, 그 첫 단추는 단순히 ‘클래식 음악을 잘 연주하는 한국인(K for Classic)’이 아닌 ‘한국향 클래식(Classic for K)’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정의와 범위, 추진전략과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관객을 발굴해 확장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주의 한 대학은 케이 클래식 인재양성을 위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고 최근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이어가면서 케이 클래식의 이상과 인재양성의 목표를 세우기 위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있다. 클래식 전공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고 남 다른 경쟁력을 심어주기 위한 대학교육의 고무적인 모습이다.

보여주기 식이나 무늬만 케이 클래식은 파급효과 없는 단발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클래식의 본 고장 유럽에서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을 초청할 이유를 만드는 것, 클래식 공연 입장권을 콘서트나 뮤지컬보다도 앞다투어 살 수 있는 내적동기를 만드는 것, 케이팝과 같이 붐이 일어나면서 연주자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클래식 전공자들의 미래를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것, 이러한 고민들이 케이 클래식의 첫 단추를 다시 끼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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