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산불'

[뉴스인] 김영일 기자  =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은 대형 신작 ‘산불’을 10월 25~29일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판소리는 물론 그리스비극·서구희곡·동화 등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해온 국립창극단은 한국 현대희곡의 이정표로 꼽히는 ‘산불’의 창극화를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도 쉼 없이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을 절절한 ‘소리’로 전한다.

차범석의 ‘산불’은 55년 전인 1962년 12월, 명동 시절 국립극장에서 이진순의 연출로 초연됐으며, 이후 연극·오페라·뮤지컬 등으로 끊임없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만큼 동시대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희곡 속 구체적 상황을 무대화하는 것은 창작자들에게 도전이다.

'산불'의 삼각관계에서 규복 역을 맡은 김준수.

이번 국립창극단 ‘산불’은 극단 백수광부 대표이자 연극 ‘벚꽃동산’ ‘과부들’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재기발랄한 발상의 전환을 선보여온 연출가 이성열이 맡았다.

이성열 연출은 “사실주의의 정수로 알려진 원작을 비사실적이고 표현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그는 원작이 지닌 6.25전쟁의 사실적인 상황을 거둬내고,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의 깊은 내면과 보편성에 초점을 맞춰 원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예정이다.

극본을 맡은 최치언은 시대를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 속에 까마귀들·죽은 남자들·점례의 남편 등 새로운 캐릭터를 배치해 창극 대본을 완성했다.

작곡·음악감독은 영화 ‘부산행’ ‘곡성’ ‘타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 무대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 장영규가 맡는다.

창극 작업에 처음 도전하는 장영규는 기존 판소리 전통의 본질을 살리되, 소리의 해체와 재조립을 통한 실험으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산불' 연출을 맡은 이성열

국립창극단 ‘산불’은 내년 1월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마지막 창극이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 세련된 미장센을 선보였던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국내 최대 규모의 회전무대를 지닌 해오름극장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1000그루 이상의 실제 대나무로 만든 대나무 숲, 실제 크기를 방불케 하는 추락한 폭격기 모형, 소용돌이를 연상시키는 나선형 회전 무대 등이 전쟁의 황폐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산불' 작곡을 맡은 음악감독 장영규

‘산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 인간의 행동 양식과 본능을 그려낸다. 1951년 겨울, 전쟁으로 노인과 과부만 남은 지리산 자락 촌락에 젊은 남자 규복이 숨어든다. 과부 점례가 규복을 뒷산 대밭에 숨겨주면서 두 사람의 깊은 관계가 시작된다.

이를 눈치 챈 이웃집 과부 사월이 규복을 함께 보살피자고 점례에게 제안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점화된다.

이번 국립창극단 ‘산불’에는 첫 주역을 맡은 신예부터 오랜 공력의 중견까지, 단체의 간판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국립극장 안팎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소연(점례 역)과 김준수(규복 역), 처음 주역으로 발탁된 류가양(사월 역)과 박성우(규복 역)의 열연이 기대를 모은다.

소리 공력이 절정에 달한 유수정 김금미 허종열은 각각 양씨 최씨 김노인을 맡아 안정감 있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총 50여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우리 소리로 전하는 ‘산불’이 원작에 대한 도전적 해석으로 창극사에 한 획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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