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훈련 프로그램 USMART 실행 화면.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뉴스인] 조진성 기자 =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165만여명에 달해 노인 10명 중 4명이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치매보다 환자 수가 많아 경도인지장애를 적극 예방해 치매 발병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 특히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과거 자주 쓰던 단어를 잊어버려 구사하지 못하거나 건망증이 심각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일 이를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기억력 감퇴로 여겨 방치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아직 일상생활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면 치매로 발전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다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치매 예방 주사제나 경구약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것이 대부분으로, 치매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은 현재 없다.

따라서 환자의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김기웅 교수팀은 태블릿PC를 이용한 인지훈련 프로그램인 USMART(Ubiquitous Spaced Retrieval based Memory Advancement and Rehabilitation Training)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무작위 대조군 비교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기억력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시간차 회상 훈련’이 활용됐는데, 이는 얼마간의 시간차를 두고 학습한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훈련으로 초기 치매 환자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시간차 회상 훈련을 태블릿PC에 접목해 환자가 혼자서도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임상시험 중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했다.

연구진이 총 50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주 2회 4시간씩, 총 4주간 USMART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USMART 프로그램을 진행한 치료군은 평소대로 생활한 대조군에 비해 기억력이 크게 호전됐다.

치매검진 도구로 사용되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해보니, USMART 프로그램을 시행한 치료군은 점수가 약 0.9점 증가한 반면 대조군은 오히려 0.1점 감소했고, ‘단어목록회상검사(WLRT)’의 경우 치료군은 프로그램 실시 전에 비해 점수가 24% 상승했지만 대조군은 7% 상승에 그쳐 USMART 프로그램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노년층임에도 불구하고 태블릿PC를 통한 훈련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 치료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시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4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는 "체계적 임상시험을 통해 USMART 프로그램이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인지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 인력과 센터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기술적 도움 없이도 환자 혼자 실시할 수 있는 치료법이기에 더욱 활용도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기웅 교수는 “일반적으로 훈련 횟수가 많아질수록 인지기능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데, USMART 프로그램은 4주간의 짧은 훈련 기간에도 기억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태블릿PC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환자의 인지능력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은 "최근 치매 환자 증가로 사회적 비용이 가중되고 있는데, USMART 프로그램 사업화를 통해 이러한 부담을 경감하고 경도인지장애를 예방, 완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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