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동석 기자 = 훈훈한 우리네 아버지, 우리네 어머니의 가슴 시린 이야기로 가족 사랑을 일깨우는 연극 '동치미'가 23일부터 오는 10월 9일까지 대학로 JTN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내 가난해 혼수도 제대로 장만하지 못했구나. 시부모 잘 섬기고 아내의 도리 지켜 언행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라. 오늘 아침 너와 이별하고 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만, 평소에는 혼자서 삭여왔다만, 오늘 밤은 격한 마음 누르기가 어렵구나. 딸아 잘 가거라. 못난 애비가.”

출가하는 큰딸의 시집살이를 걱정하며 안쓰러운 심사를 털어 놓았던 당나라 시인 위응물(韋應物)의 시(詩) '송양씨녀(送楊氏女)'의 원문 읽기를 시작으로 막이 열리는 연극은 ‘겉으로는 투박하고 무뚝뚝해 보여도 안으로는 곰삭은 우리네 아버지의 부정(父情)’을 때론 진솔하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으며 올해로 9년째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연극에서는 칠순이 갓 넘은 퇴직공무원 김 선생이 부인 정 여사를 의지하며 10여 년째 병치레를 한다. 어느 날 김 선생을 부축하며 병원에 가던 정 여사가 갑작스레 심장의 통증을 느끼며 길 위에 쓰러지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만다.

의사는 "환자가 이번에 넘어져서 다친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곳의 뼈들이 부러져 있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예기치 못한 아내의 죽음 앞에서 남편 김 선생은 곡기(穀氣)마저 끊어내며 자책한다. 

정 여사의 삼우재가 있던 날, 자식들을 영정 앞에 앉혀놓고 ‘기러기’라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부부 역할을 맡은 이기석과 김계선

연극 '동치미'는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연극부문 대상 및 작품상(2013-2014), 대한민국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2015) 등을 수상했다.

작가 겸 연출가 김용을 대표(극단 글로브극장)는 “내년 상반기 북미와 일본 순회공연이 예정돼 있다. 깊이 있는 연극, 연극다운 연극으로 공연예술의 참맛을 일깨우며 효(孝)사상을 잇고 싶다”고 밝혔다.

연극 '동치미'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한 알리스 필름(대표 서기원) 관계자는 "한국, 한국인의 정서로 세계, 세계인과 만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9년 초연부터 함께 해온 중견배우 이기석과 김계선이 남편 김 선생과 아내 정 여사 역을 맡아 농익은 연기를 보여준다. 맏딸 역에는 김혜강, 사고뭉치 아들 역에는 이강, 안재완, 천방지축 작은 딸 역에는 은윤지와 이효윤이 출연하며 앙상블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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