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소극장 '혜화당' 공연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 중인 연극 '청혼中' (사진=허영훈 기자)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l난 16일 오후 7시20분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 매표소 앞에는 공연 15분 전인데 고작 10명 정도의 관객이 줄을 섰다. 자유석에 선착순 입장이라 좋은 자리를 놓쳤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관객이 적어서 맨 앞자리에 앉았다.

80석 정도 되는 작은 계단식 객석 앞에 아담한 무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정집 거실로 보이는 공간에는 소파와 보조의자,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칸막이 정도다. 시간이 되어 곧 시작하겠구나 생각하고 뒤를 돌아다보았는데 이런, 객석이 거의 다 찼다. '어, 재미있나?'

암전된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소파에 앉은 한 어르신이 축구중계를 열심히 보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팀의 경기다. 이 경기를 위해 모내기도 일찍 마쳤다는걸 보니, 이 곳은 분명 시골동네다.

이 작품은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가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체홉(Anton Chekhov) 원작의 '청혼'을 우리 상황에 맞춰 각색 및 제작한 연극 '청혼中'이다. 지난 7월 7일 시작된 제3회 여름체홉축전 참가작으로, 체홉의 대표 코미디를 오일영 씨가 각색하고 장항석 씨가 연출했다. 지난 15일 시작된 연극 '청혼中'은 오는 20일까지 공연된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경계에 있는 연무와 여산 사이의 어느 마을. 노처녀 딸을 시집보내려는 지주 추봉곤과 그의 딸 추분아에게 청혼을 하려는 전라도 노총각 노만석이 추봉곤의 집에서 만난다.

어렵게 말문을 연 노만석의 청혼 이야기에 추봉곤은 부잣집 총각에게 딸을 시집 보낼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결혼을 승락하고 출타한다. 집에는 노만석과 추분아 단 둘만이 남겨졌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노만석과 추분아는 뒷산 땅의 소유권을 서로 주장하며 시비가 붙는다.

배달 온 야쿠르트 아줌마와 택배기사가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게 되고, 알고 보니 끼어 든 두 사람은 사소한 일로 갈라서려는 부부관계임이 드러난다. 덕분에 노만석과 추분아의 갈등이 해소되는 듯했는데, 다시 추분아 집에서 키우는 풍산개와 노만석의 진돗개가 서로 비교되면서 둘 사이에 새로운 갈등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스토리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듯 노만석의 청혼을 추분아가 받아들이고 마침내 둘은 결혼에 골인한다.

사실 결혼 후에도 또 다른 갈등은 수시로 이어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공감하고 박장대소할 장면들이다. 이렇게 '청혼中'은 약 90분간 펼쳐지는데 쉴 틈 없이 재밌고 유쾌하다. 부부가 관람하면 서로를 쳐다보며 '맞다, 맞아' 하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면, 분명 아이들이 부모의 얼굴을 보며 '딱, 우리 엄마, 아빠다' 할 연극이다.

추봉곤 역은 김충근 배우가, 노만석과 추분아는 각각 진영선, 양신지 배우가, 택배기사 최배달과 야쿠르트 아줌마 오지람 역에는 각각 황태인, 이미숙 배우가 맡았다. 역할에 딱 맞게 캐스팅 된 베테랑 배우들이다.

장항석 연출은 연출의도에 대해 리플렛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하나되어 축제의 분위기로 행복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대적 배경으로, 우리의 인심 좋은 시골의 어느 마을을 장소적 배경으로 누구나 공감하는 정서적 소통을 느끼고 싶었다"며 "말의 내용보다 본질을, 본질보다 정서를, 그리고 그 안에서 잠시나마 가볍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작품의 키워드를 '희망'이라고 언급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우리 삶의 진솔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청혼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전 경기를 관람한 한국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연극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욱이 억지로가 아니라 제대로 웃고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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