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난 5월 28일,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이 한 TV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에서 시작해서 일자리로 성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정책과 민간지원차원의 여러 방안을 소개했다.

이 발언대로라면 현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마도 숫자로 말하게 될 것 같다. 과거 정권과 비교해 일자리를 얼마나 더 많이 만들었는지에 대한 성과보고서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실업자 수가 43만5000명인 것을 감안할 때 만약 90%인 약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역대 정권에서 이루지 못한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숫자는 대학평가의 결정적 잣대가 되는 숫자와 다르지 않다. 대학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취업자 수’다. 구체적으로 이 숫자는 취업 후 3개월간 4대 보험이 유지되는 숫자를 말한다. 지금은 외부감사를 통해 병폐를 막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까지도 대학들은 졸업생들을 서류상으로만 취업시키고 4대 보험을 3개월만 유지시키면 취업자 수 인정을 받았다. 서류상 취업자에 대해서도 대학이 4대 보험료를 고용업체 대신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취업과 거리를 두고 있는 예술대학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취업률만을 고집하는 문제도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주위 교수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한숨 섞인 고민을 털어놓는다. “취업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여전히 취업자 수로 학과를 평가하니까 그렇다. 연구나 세미나는 뒤로하고 학과의 취업률을 먼저 올리라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일자리가 많아지고 그에 따른 취업률만 증가하면 실업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인가? 혹시 샐러리맨들이 내는 세금이 더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모양만 직장인이고 적성과 능력에도 맞지 않는 직장을 다니면서 더 큰 회사, 더 많은 월급을 쫓아 수시로 움직이는 청년들에게 조직이 무엇이고, 소속감이 무엇이고, 비전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이는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야 사람취급 받는다는 과거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무분별한 대학졸업생을 대거 배출한 현재의 대졸자 실업문제와 동일선상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일자리에 앞서 청년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자기혁신과 성장에 관해 스스로 고민하고 기획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사회 적응에 필요한 자기계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저서 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고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교육기능이 학교과정에 없는 것도 문제고,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의존한 자격증만 가지면 다 될 것 같은 사회분위기 역시 큰 문제 중 하나다.

과거로부터 우리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업들이 참여할 것을 강조해왔다.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참여라고 하는 것이 부서 내에서 한자리를 밀어내고 한자리를 만든다거나, 장년과 노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소홀히 한다든가, 3개월만 채용하고 내보내는 식의 소위 ‘눈치 보는’ 참여를 더 이상 권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 업무로 삼고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약속했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일자리에 맞는 청년들이 자신의 비전을 그 일자리로부터 키워나간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사회복지정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구직지표의 반등만을 목적으로 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일자리 만들기는 분명 또 다른 고용문제와 더불어 치료가 어려운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실업문제 해결은 정부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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