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所 & 味所] 문화기획자 출신의 엄마 손맛 밥상, 군산 영화동

▲깔끔하고 정겨운 이미지의 밥집 '밥하지마' (사진=민경찬 기자)

[뉴스인] 민경찬 기자 = 4000원에 한우가 들어간 소고기뭇국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지만 전북 군산 영화동의 밥집 '밥하지마'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싸다고 해서 허름하고 지저분한 공간이 아니고 넓고 잘 정비된 공간과 실내장식을 제공하며 저녁에는 여행자를 위한 파티도 열린다. 뛰어난 가성비다.

오전 8시부터 영업하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의 라면보다는 든든하게 아침 식사도 할 수 있다.

▲한 끼 식사로 충분한 한우 소고기뭇국 (사진=민경찬 기자)

한우 소고기뭇국은 '밥하지마' 이근영 대표가, 바로 옆 시골된장 시래기 국밥은 이 대표의 친척이 맡아서 하는데 아침에는 손님이 직접 달걀부침을 해 먹을 수도 있다. 

무쇠솥으로 지은 자르르한 쌀밥을 본인이 먹을 만큼 직접 퍼서 셀프 반찬(김치, 깍두기와 양념)과 함께 먹은 후 구수한 숭늉으로 마무리하면 바로 어머니의 손맛이다. 

일본영화 '심야식당'과 비슷한 구조로 요리사가 요리하고 손님은 바로 앞 바에 앉아 주인과 이런저런 대화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가격이 싸다고 재료도 싼 게 아니다. 밥하지마에서는 모든 재료가 국산이다. 쌀과 채소는 시댁에서 농사지은 것을 사용하고 김치 재료인 배추와 고춧가루까지 모두 국산이다. 한우도 잘 아는 곳에서 엄격히 관리한 고기를 사용한다.

▲문화예술 기획자 겸 공연기획자였던 이근영 '밥하지마' 대표. (사진=민경찬 기자)

문화예술 사업가 겸 공연기획자였던 이근영 대표는 "어려서부터 은퇴 후 고향에서 국밥집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어렸을 땐 내가 쉰 살 되면 특별한 사람이 돼 있을 줄 알았다"면서 "웬만큼 이루고 살다가 은퇴해 고향서 국밥집 하면서 책 쓰며 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근영 대표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1989년도 강변가요제에서 입상, 고인인 김광석 씨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고 방송사 작가, 시립극단 배우,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전주세계소리축제 팀장, 한옥 투어 기획, 달빛 음악제 등 주로 문화 기획 일을 해왔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그런 전직을 살려 군산 관광과 경제에 일조할 수 있는 대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시간여행자 파티'는 여행자들을 군산에 머물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저녁에 놀 거리가 있어야 여행자들이 하루 머물 수 있다. 그러면 군산 와서 한 끼 먹던 것을 세 끼에서 다섯 끼로 늘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녁이면 할 게 없어 돌아가는 여행자들을 군산에 머물게 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게 하려는 '시간여행자 파티'는 이렇게 시작했다. '밥하지마'의 영업시간이 오후 3시(주말은 5시)까지인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소위 이름난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다가 유명세만큼이나 비싼 가격에 본전 생각난 적 있다면, 혹은 번호표 받고 한참을 기다렸으나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네'라고 느껴봤다면 가성비 역대급 '밥하지마'가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근대역사문화박물관 건너편 골목. 주차는 식당 앞 공영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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