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투병

▲故 박무익 한국갤럽 회장 (사진=한국갤럽)

[뉴스인] 박소혜 기자 = 국내 여론조사업계를 이끌어온 한국갤럽 박무익 회장이 19일 새벽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4세.

고인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지난해 폐 이식 수술을 받고 투병해 왔다. 

고 박무익 회장은 1943년 경상북도 경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1월 금성사(현 LG전자) 선전사업부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안방의 태양’, ‘The Silk Road has been changed into a highway’ 등 당시 화제가 됐던 카피를 썼다.

이후 지난 1974년 현재 한국갤럽의 모태가 되는 전문 조사회사 KSP(Korea Survey Polls)를 설립했다. 1978년 미국 여론조사의 선구자인 조지 갤럽 박사의 저서를 번역 출간했고, 1979년 갤럽국제조사기구(Gallup International Association) 회원사가 되면서 사명을 한국갤럽조사연구소(Gallup Korea)로 개칭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987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고 이를 적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1997년 제15대 대선 예측에서는 당선인 기준 오차 0.4%포인트를 기록해 당시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고 박무익 회장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훗날 여러 분야를 연구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는 믿음으로 1980년대부터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행본과 정기간행물 등 50여 권의 책을 펴냈다.

1983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차례 추적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 등 한국인의 여론 시리즈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주요 선거 조사 자료집 11권이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조사 결과 전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는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이라는 자체 조사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새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1992년 8월 한국조사협회 설립에 참여했고 1997~98년 3대 회장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한국조사연구학회와 함께 한국갤럽논문상을, 2006년에는 한국통계학회와 함께 한국갤럽학술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통계의 날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고인은 ‘여론조사는 시대의 기록’이라는 인식으로 조사인의 중립성과 사명감을 강조해왔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관련자들의 체험담을 기록한 '한국갤럽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책을 냈고, 병상에서 조사 인생 43년 회고록 '조사인으로 살다'를 탈고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02-2072-2091), 발인은 4월 21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삼각지성당 하늘묘원이다. 유가족으로는 부인 나초란 여사, 자녀 박재형(한국갤럽 부회장)·소윤·지윤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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