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所 & 味所] 셰프 부부의 건강한 밥상, 인천 중구 닭면가

▲닭면가 윤상호 대표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사진=민경찬 기자)

[뉴스인] 민경찬 기자 =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있는데 닭만 좇는 개띠 부부가 있다.   

인천 중구청 인근 밥집 '닭면가'는 윤상호(36)·정은정(36) 개띠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주재료가 닭이다. 

◇ 조리학과 동기에서 평생 요리 동반자로
 
같은 대학 조리학과에 만난 부부가 닭면가를 열기 전까지 남편 윤 씨는 크루즈 요리사로, 부인 정 씨는 '8 steps', 'b-kitchen' 등 서울 유명 레스토랑에서 각각 셰프와 실장으로 일했다. 

특히 정 씨는 숙대에서 르 꼬르동블루 요리 디플로마 과정을 마치고 '닭면가' 바로 옆에서 'J-Studio 키친'이라는 수제 케이크 카페 & 쿠킹클래스도 운영한다.

2012년 11월 식당 오픈 이래 두 사람이 세운 원칙은 '무조건 좋은 재료를 쓰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자'는 것이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제대로 내려면 재료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경제적이면서 좋은 재료로 판매할 수 있는 적당한 요리를 찾다 보니 닭요리가 제격이었다. 

▲조미료 신호등 표시로 조미료 사용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사진=민경찬 기자)

◇ 조미료 사용 여부 알 수 있는 '조미료 신호등' 표시 도입

닭면가는 조미료 사용 여부를 손님들이 미리 알 수 있도록 메뉴판에 표시해 둔다. 이름하여 '조미료 신호등'으로 색깔별로 구분해 놓았다. 초록색은 조미료 무첨가, 노란색은 조미료 첨가 재료 사용, 빨간색은 조미료를 사용하는 요리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닭면가' 닭칼국수의 육수는 일반적인 우윳빛 곰탕 국물이 아니라 맑고 투명하다. 한식 메뉴이지만 유럽 스타일의 '콩소메 방식(고기와 채소를 푹 고아 국물을 진하게 우려내는 것)'으로 육수를 만들기 때문이다. 닭가슴살과 파, 마늘 등의 재료를 갈아 낸 국물이다.

어렵게 만든 육수가 탁해지지 않도록 전분이 섞이지 않고 100% 밀가루로 만든 면을 공급받아 사용하는데, 알맞은 제면소를 찾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결국 가까운 인천에서 딱 맞는 제면소를 찾아냈다.

윤상호 대표는 "올 초 AI 파동으로 손님도 줄어들고 좋은 닭 공급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그땐 정말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류독감이 각종 축제와 요식업소에 미치는 파장이 큰데 철저한 사전 예방으로 가금류 농장뿐 아니라 관련 업계의 피해가 없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닭면가 메뉴 중 하나인 닭물회 냉면. 동절기(왼쪽)와 하절기에 사용하는 면이 다르다. (사진=민경찬 기자)

◇ 닭면가만의 정체성과 철학 지키고파

윤 대표는 가게를 열면서 "직장에 다닐 때와는 달리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됐다"고 회상했다. 

"직장에서는 적당한 조미료 사용으로 손님들 입맛에 맞게, 비용에 맞추는 훈련을 했다면 내 가게를 열고서는 음식과 요리에 관해 나름 철학이 생긴 것 같아요." 

그는 조미료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궁극적으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닭면가의 건강한 정체성을 잘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씨는 "가격이 조금 높아도 손님들이 '이 집은 정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든다'는 확신을 주겠다"며 "이것이 닭면가만의 차별화 내지는 색깔"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프랜차이즈 음식은 나름 경제적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하지만 닭면가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슬로우푸드 식당이 많아지는 것도 건강한 음식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닭이 들어가지 않은 인기 메뉴 새우장 정식(왼쪽)과 스팸 정식. (사진=민경찬 기자)

◇ 마을 수업으로 요리 강습

윤 대표는 음식과 관련한 문화 사업도 하고 있다. 

이달 말 20주 코스 마을 수업으로 요리 강습을 시작하는데 음식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상차림, 음식을 대하고 즐기는 법 등 직접 배우고 경험했던 부분들을 참가자들과 함께 실습하며 소통한다.  

그는 "강습을 통해 혼밥, 신혼부부를 위한 소찬 차림이라도 밥을 먹는 것이 단지 생존을 위한 섭취 행위가 아닌 윤택하고 밥 먹는 공간을 즐기는 '식문화'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닭면가에는 닭이 들어가지 않은 새우장 정식, 스팸 정식 등도 인기 메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