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게릴라극장 폐관공연

연극 '황혼'

[뉴스인] 김영일 기자  = 오는 4월 16일 연극 '황혼'의 마지막 공연과 함께 대학로 게릴라극장이 문을 닫는다.

지난 2006년 5월 혜화동 작은 골목에서 개관한 게릴라극장은 연희단거리패의 소극장 레퍼토리뿐 아니라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올리면서 순도 높은 예술성과 연극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극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연극 '황혼'은 알프스 관광객을 상대로 산짐승의 울음소리를 흉내내주며 살아가는 70대 맹인에게 볼품없는 모습의 50대 창녀가 찾아오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제 'Alpengluehen'은 형형색색으로 변해가며 마지막에 가장 붉게 타오르는 경이로운 알프스의 노을을 일컫는 고유명사이다.

황혼무렵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경탄을 자아내는 광경은 끔찍한 자연의 이면을 숨기고 있는 풍경일 수 있다. 맹인과 창녀로 만난 두 사람은 극의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변신하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든다.

보잘것 없이 사회 주변으로 밀려난 노년과 중년의 남녀가 끊임없이 거짓말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구조인 이 작품은 진지한 연극과 통속극, 스릴러와 익살극, 민중극과 철학적 코미디, 비극과 희극을 넘나든다.

이 작품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이 3번 나온다. 고독의 끝에서 만난 두 남녀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변해가며 존재와 연기의 경계를 허물고 희한하고 모순에 가득찬 로맨스를 보여준다.

황혼무렵 가장 다채롭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알프스의 노을처럼 인생의 황혼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은 소외된 인간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는 투쟁의 과정이기도 하다.

노년의 사랑을 표현할 때 범하기 쉬운 감상주의과 상투성을 탈피해 현대적이고 다이나믹하게 표현되는 사랑의 장면들은 도발적이거나 철학적이다.

지난해 11월 게릴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된 '황혼'은 명계남과 김소희의 연기앙상블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명연기를 보여주던 명계남이 무대에 올라 고독한 거짓말쟁이 맹인으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연희단거리패 대표 김소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50대 여인으로 등장해 다채로운 변신 속에서도 인간의 고독을 보여준다.

연출은 채윤일이 맡아 지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작품행보를 이어간다. 연출가 채윤일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사중주' 등을 통해 연희단거리패와 작업해 왔으며, 현재 게릴라극장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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