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연구회 조충희 연구원 "북한, 주민 동요 막으려 안간힘"

북방연구회 조충희 연구원이 지난 2월 18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토공간이용 국제심포지엄에서 북한도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인] 박소혜 기자 =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이후 북중 국경지대 감시와 통제가 더욱 삼엄해진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사단법인 북방연구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남이 피살된 이후 북한에서는 국경지대에 전파차단용 차량을 대거 파견했다는 것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는 암암리에 일부 주민들의 정보 유입 통로가 되고 있다. 북한에 속하지만 경계지역의 중국 전파를 활용해 외부와 휴대전화 통화 등을 하며 소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북방연구회 조충희 연구원은 “평소에도 국경지대에서는 전파를 막거나 탐지하는 차량들이 오가지만 김정남 피살 이후에는 인력과 장비를 10배 이상 강화해 산골 구석을 모두 훑고 다닌다는 것이 대북소식통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파차단 차량은 밀수 등에 활용되는 휴대전화 통화를 막기 위한 목적이 많았다면 김정남 사건 이후로는 정보 차단이 주요 목적이라는 것이다. “외부 정보 유입 방지를 위한 깜빠니아(캠페인의 북한말)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것이 대북소식통의 전언이다.

또한 북중 국경지대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도 북한에 흘러 들어가는데, 실시간 방송 화면 아래 뉴스 속보로 뜨는 자막을 통해서도 외부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북한이 주민들에게 김정남 피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김정남의 존재조차 몰랐던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충희 연구원은 “북한 주민 대다수는 김정남의 존재를 모른다. 그런데 김정은에게 형이 있었고, 게다가 김정은에게 암살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북한도 유교문화가 남아 있는데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고모부 장성택은 죄목을 붙여서 숙청했다고 하더라도 김정남 암살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보를 차단하려 애쓰는 것 자체가 김정남 암살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알려지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일을 저질렀다는 얘기도 된다. 원래 국경지대 검열은 미리 통보를 하는데, 이번에는 피살사건 바로 다음날 보위부가 국경지대로 파견을 나가 통제했다고 한다.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출퇴근버스도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크게 줄였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사단법인 북방연구회는 북한의 실체를 좀 더 현실적으로 조사 분석해 북한을 재건하고 통일을 준비하며 협력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난 2015년 발족한 단체다. 북한에서 이공계통 전문가로 활동했던 탈북민 학자들이 모여 지난해 ‘북한현황자료 분석집’이라는 대외비 자료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조충희 연구원은 북한에서 평성수의축산대학을 나와 평성시 축산부위원장으로 일한 바 있으며 지난 2011년 한국으로 와 통일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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