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 (사진= 민경찬 기자)

[뉴스인] 마소연 기자  = "채용 합격하셨습니다. 출입증으로 사용할 체크카드와 통장, 비밀번호를 택배로 보내세요."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 수입이 있는 것처럼 거래내용을 만들어야 하니 통장에 비밀번호를 적어 이쪽으로 보내세요."

취업과 대출을 미끼로 통장을 요구하는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통장 등을 받은 후 연락을 끊는다. 피해자는 그제야 취업도 대출도 없이 통장을 뺏겼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렇게 모인 통장들이 바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사기, 불법거래 등에 쓰이는 대포통장이 된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소액대출이라는 이름으로 통장이나 휴대폰이 몇십~몇백만 원에 거래된다.

20일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은 이러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근절하는 것이 모든 금융범죄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소장은 "통장이나 휴대폰을 개설·개통할 때 명의자에게 용도를 물어보고, 양도 시 처벌받을 수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하도록 한 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타인에게 넘어간 통장이 범죄에 쓰였을 때 자신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면 통장을 넘길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은행에서 무조건 통장 개설을 막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사용한 범죄는 피해자 구제도, 피의자 검거도 매우 어렵다. 범죄수법은 날로 발전하지만, 통장이나 휴대폰의 명의자는 '나는 몰랐다'며 발뺌하면 그만이다.

이기동 소장은 "아무리 예방책을 만든다고 해도, 대포통장과 대포폰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대포통장과 대포폰은 온갖 범죄에 사용된다. 바꿔 말하면 대포통장과 대포폰이 사라지면 온갖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오른쪽)이 대덕직업전문학교 시절 동고동락했던 '스승' 최환성 계장을 다시 찾았다. (사진= 민경찬 기자)

이 소장이 이토록 자신하는 이유는 그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총책으로 활동한 적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큰돈을 벌기도, 징역을 살기도 했다. 

그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국민이,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됐다"며 "정부 대책은 범죄보다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시에 막아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렇게 금융범죄 전문가로 다시 태어났다. 수사기관, 금융기관에서 강연하고, 금융범죄 예방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담은 책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를 펴냈고, 이를 영화로도 만들고 있다.

새 삶을 결심한 이기동 소장은 스승을 찾았다. 대전에 있는 대덕직업전문학교(현 대산학교) 시절 선생님 최환성 계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서울소년원의 대덕지원이었던 대덕직업전문학교는 직업훈련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소장은 "중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탓에 '스승'이라고 부를 만한 선생님이 없었는데, 최환성 선생님과는 항상 붙어 다니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며 "선생님께선 항상 좋은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학생들을 위해서는 뭐든지 최선을 다하셨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인천서부보호관찰소에서 벌써 27년째 근무하고 있는 최환성 계장은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제자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거듭했다.

최 계장은 "항상 잘될 것이라고 말해줬었는데, 정말 멋진 모습으로 다시 찾아와 놀랍기도 했다"며 "과거의 무게가 상당했을 텐데 그만큼의 용기를 갖고 변화한 제자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동 소장과 같은 학생들이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지지해주고, 그 노력이 결실을 보도록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고, 박수를 쳐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