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뇌염(항LGI1 뇌염)에서 발견된 유전자형(HLA-DRB1*07:01)이 뇌에 있는 취약한 단백질(LGI1)을 인식해 공격하도록 만드는 모식도. (그림= 서울대병원)

[뉴스인] 마소연 기자  = 기억상실이나 뇌전증 발작과 같은 심각한 뇌 기능 손실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뇌염의 새로운 원인이 발견됐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 이상건 교수팀(이순태 교수, 김태준 임상강사)은 뇌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람백혈구항원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항LGI1 뇌염 환자 중 약 91%에서 같은 유전자형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자가면역 뇌염의 다수를 차지하는 항LGI1·항NMDA수용체 뇌염 환자의 사람백혈구항원 유전자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항LGI1 뇌염 환자 11명 중 10명의 환자가 모두 같은 유전자형을 갖고 있었으며 이 HLA 사람백혈구항원은 뇌에 있는 취약한 단백질인 LGI1을 인식해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백혈구항원인 HLA는 면역반응을 개시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인체 외부 또는 내부에서 유래한 물질을 사람백혈구항원이 면역세포에 제시함으로써 면역반응 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십 종의 종류가 있어 혈액형보다 상세하게 그 사람을 구분해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지문'으로 불리며, 장기이식에서 제공자와 수용자의 사람백혈구항원을 맞추면 거부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

류머티즘, 강직성 척추증, 중증 근무력증, 제1형 당뇨병 등의 자가면역 질환과 관계가 있음이 알려졌다.

이순태 교수는 "항LGI1 뇌염은 최근 진단기술이 개발된 신종 뇌 질환인데, 국내 연구진이 가장 먼저 원인을 밝힌 것"이라며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기존 항체 진단방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동반된 종양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뇌염은 기억 소실, 뇌전증 발작, 이상행동, 의식저하 등 증상이 수일, 수주에 걸쳐 진행되는 질환으로,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뇌 기능이 소실되면서 심한 경우 중환자실 치료까지 필요한 중증 뇌 질환이다.

세균, 박테리아 방어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제어를 잃고 항체 등을 통해 뇌를 공격하여 발생하는데, 일본뇌염 등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뇌염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항LGI1, 항NMDA수용체 항체에 의한 뇌염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항NMDA수용체 뇌염 등 다른 자가면역 뇌염의 발병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자가면역뇌염 치료제를 식약처 인증받아 환자들에게 혜택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임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주건 교수는 "최근 자가면역 뇌염에 리툭시맙과 토실리주맙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며 "해당 유전자형으로 유발되는 병의 기전을 제어하는 치료법을 개발해 난치성 뇌염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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