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한국여성민우회,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검은 시위'를 열었다. (사진= 한국여성민우회)

[뉴스인] 마소연 기자  = 여성계와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힌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처벌 강화가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한번 불이 지펴진 이번 논란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자격정지 기준 상향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관계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안은 애초 8가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자격정지를 최대 12개월까지 상향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수정안은 해당 진료행위를 6가지로 유형화하고, 유형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을 조정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임신중절수술은 현행과 같이 처벌 결과가 있을 때로 한정해 자격정지 1개월로 결정됐다. 세부유형 역시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아닌 '형법 위반행위'로 변경됐다.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명칭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적정한 용어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수정안은 규제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경 최종 공포될 예정이다.

임신중절수술 '보이콧'을 예고했던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정부가 임신중절수술을 포함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의료인을 처분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며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1973년 개정된 모자보건법은 현재의 의학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형아를 유발할 모체의 전염성 감염은 허용이지만, 무뇌아와 같이 생존 불가능한 기형아로 확인된 태아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허용하지 않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 제269조, 제270조와 모자보건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상황에서 입법미비 법안으로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해서는 안 된다"며 "만일 입법미비를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의사회는 이를 마땅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회는 회원 의견을 수렴해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여성계는 이번 수정안을 넘어 낙태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더는 국가의 인구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안에서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허락받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머무르지 않겠다"며 지난달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를 개최한 바 있다.

오는 20일에는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여성들이 명동 중앙우체국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시위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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