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전 사무총장

정우영 시인이 지난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규탄 및 시국선언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사진=정우영 시인 제공)

[뉴스인] 석지헌 기자  = 문화예술의 생명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독자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의 독자성이 위협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이 리스트에 오른 한국작가회의 전(前) 사무총장 정우영 시인을 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알고 있었나.
"충분히 짐작은 했다. 진보적인 문학인들에게 지원비를 주지 않고 차별하거나 문화예술계 진흥에 굉장히 중요한 사업인데도 무시해버린다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관리하는구나 짐작은 했다. 특히 2014년도 문예진흥기금심사나 연극, 영화 심사 때도 굳이 진보적이지 않아도 정권이 싫어할만한 사소한 내용이라도 있으면 없애버리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다. 차은택이 문화계를 들어먹으려고 하는 움직임이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검열·압력들이 있었나.
"문화예술계 기금은 예술위원회라는 곳에서 지원해준다. 문학 쪽에 지원해주는 액수는 총 35억~40억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 한번은 창작지원금을 100명에게 지원해주겠다고 지원대상 102명 선정했는데 갑자기 30명을 자르고 70명만 지원하기로 했다고 돌연 발표해 버렸다. 왜냐고 항의하니 결산에 문제가 있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과거 어떤 작품 또는 활동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생각하나.
"한국작가회의에 소속되기 전 예술위원회 직원이었다. 노무현정권 때 들어가서 이명박정권 때 쫓겨났다. 당시 우수문학도서 지원사업을 이끌었는데, 4대강을 반대하는 내용이 있는 책들을 이 사업에 다수 포함시켜 지원했다. 그 외에도 여러 성명서에 사인한 것도 작용한 것 같다."

-이전 정권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나.
"사실 이명박정권에서도 조금 어떻게 해보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문화예술계 활동을 인정은 해줬다. 어느 정도 문화예술계의 독자성이 보장됐다. 이에 관여하면 시끄러워지니까 그냥 넘어갔던 것 같다. 이번처럼 모두 밟아버리지는 않았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블랙리스트라고 한다면 관리대상이라는 말인데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은 9700명 정도다. 거의 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관리대상이라는 것이 말이 되나. 리스트를 보면 겹치는 이름들이 많다. A라는 성명서에 서명하면 A, B라는 성명서에 서명하면 B 이런 식으로. 나도 3개 정도 겹쳐 있었다. 블랙리스트라기보다는 그냥 정권에 반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쳐버리겠다는 것이다."

-어떤 성명서에 서명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세월호에 대한 것,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 등이 있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도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당사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계속 부인할 것이다. 그 블랙리스트라는 자체가 바보스럽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었다고 해도 창피할 것이다. 관리대상을 선정하려면 정밀하게 분석해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주요 인사들 몇몇만 뽑아야 하는건데 그냥 자기가 맘에 들지 않는 전부를 리스트로 만들었다. 예술위원회 관계자들이 얼마 전 국회에서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듯한 발언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문화예술 최고의 가치는 세상에 없는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늘 혁명적인 시선을 갖지는 않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가장 앞장서 상상하고 생각하는 집단이다. 현실에는 없는 어떤 것, 금기시 하는 것들을 뒤집어 엎고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생명으로 하는 문화예술집단을 관리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든 문화예술의 독자성을 짓밟는다면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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