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다사랑중앙병원)

[뉴스인] 마소연 기자  = 40대 남성 김모 씨는 최근 횡설수설하거나 멍할 때가 잦던 아내가 기절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간 수치가 무척 높게 나타났다며 아내의 음주 문제를 의심했다. 김씨는 아내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믿기 어려웠지만, 아내는 아이를 등교시킨 후 혼자서 술을 마시곤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내로부터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몰래 술을 마시는 아내와 술병을 숨기고 찾는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8일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 9월 입원 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2%(135명)의 환자가 술을 숨긴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몰래 마신 적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77%(168명)로, 숨어서 마신 장소는 집(63%, 137명)이 가장 많았다.

술을 숨긴 장소는 ▲장롱/옷장 ▲냉장고 ▲책상/서랍장 ▲싱크대 ▲화장실(변기통) ▲침대 ▲베란다 ▲가방 ▲차 안 ▲직장 ▲신발장 ▲주머니 순으로 나타났다. 빈 화분, 계단, 주차장, 창문 뒤, 우편함, 쇼핑백, 쌀통, 장독대, 공원 등 다양한 대답이 뒤를 이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혼자 또는 몰래 술을 마시며 특이한 장소에 술을 숨기는 행동은 알코올중독의 특징 중 하나"라며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알코올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음주 문제나 음주 행위의 심각성을 부정하거나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 변명과 핑계를 대는 것은 알코올중독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다.

술을 몰래 마시고 술병을 감추는 등 방어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문제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허성태 원장은 "특히 여성들은 사회적인 편견이나 주위 시선 때문에 문제를 감추려는 경우가 많은데다 대부분 집에서 혼자 몰래 술을 마시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들조차 문제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며 "몰래 술을 마시는 상황이라면 이미 술에 대한 자제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만일 술병을 숨기거나 버린다면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손에 넣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가족들의 잔소리나 걱정이 늘수록 죄책감이나 자기에 대한 연민과 후회가 커져 다시 술을 마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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