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1차 때보다 연령층 다양하고 규모 커져
[뉴스인] 석지헌 기자 = “끝이 없어, 끝이 없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숭례문까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2차 촛불집회 행렬은 한 시민의 말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집회를 주최한 참여연대 등이 추산한 인원은 약 20만명,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에서 모인 인원보다 크게 늘었다.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번 집회에서는 성숙한 시민문화가 돋보였다.
오후 2시부터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을 시작으로 진행된 집회에는 중간고사가 갓 끝난 중학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
곤히 잠든 어린 아이를 안고 나온 오영희 씨(44)는 “남편의 권유로 아이와 함께 나오게 되었다”며 “시민으로서 당연히 참가해야 할 의무를 느꼈다"고 말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에서 시민들의 마음이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6시. “박근혜 하야! 박근혜는 물러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어진 촛불집회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한 30대 부부는 60대 어머니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부인 안모(36)씨와 집회에 참가한 박모(38)씨는 “가족이 이번 일에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다”며 “이번 집회는 하나의 축제처럼 열려서 즐겁게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에서는 10대와 20대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단체로 모여 시위 행진에 참여했다. 한 1학년 학생은 “지난 번 집회 때는 친구와 단둘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총학생회와 함께 나왔다"며 “확실히 대학생들의 참여가 지난번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광화문으로 나왔다는 70대 할아버지는 길가에서 행렬을 지켜보며 “집회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고 응원한다. 시위가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나올만큼 이번 사태는 세계적인 망신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서구 하곡동에서 온 이난옥 씨(65)는 오후 4시 반부터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피켓을 든 이씨는 "여러 종류의 팟캐스트를 듣다 보니 세월호 이후 진상을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소위 ‘진보’세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나 말이 안되고 부정부패가 심해 결국 이런 일이 터진 거다. 나 한사람이라도 자리를 지켜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지난 집회 분위기와 비교해서는 “1차 집회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 질서정연하고 단결이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집회에서는 색다른 풍경도 눈에 띄었다. 트럼펫, 멜로디언과 북을 들고 가요를 부르는 ‘작은 음악회'도 열려 행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양천구에서 어린 자녀와 촛불을 들고 행진하던 한 40대 남성은 “아이들도 보고 느끼는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 나중에라도 오늘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 컨디션 봐서 최대한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10시 넘어까지 진행됐으며 경찰들과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