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SIAO 행사 개회식. 올해는 10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출처= bayiri.com)

[뉴스인] 김주원 =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에서는 2년에 한번 예술품과 수공예품 박람회가 열린다. SIAO(Salon international de l'artisanat de Ouagadougou)라는 이름의 이 박람회는 1984년부터 시작되어 서부 아프리카의 가장 크고 유명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천연 염색 재료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수공예 장인 (사진=이다영)

◇ 수공예 장인 작업 직접 볼 수 있어

SIAO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수공예 장인들이 물건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의 독특한 분위기를 담은 천을 파는 가게 한편에서는 커다란 천에 물감을 염색하는 장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악기 파는 곳 앞에서는 동그란 박에 줄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서아프리카 문화의 정수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장인들이 직접 만든 악기들이 차곡차곡 놓여 있다. (사진=이다영)

◇ 강매나 바가지가 없어 여유로운 곳

와가두구에 출장 차 2주간 머물면서 기념품을 사러 시장에 들른 적이 있다. 이때 나를 진땀 빼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상인들과의 끊임없는 실랑이였다. 나는 방문하는 모든 곳들의 배지를 모으는 습관이 있는데, 이 작은 핀을 사는 데도 큰마음을 먹어야 했다. 일명 ‘백인 가격’이라고 불리는 높은 금액에서 시작해 깎고 또 깎는 절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길을 걸으면 상인 대여섯 명이 붙어 자기 가게 물품 자랑을 하는데, 이를 떼어 놓는 것도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SIAO에서는 이런 일이 없다. 수공예 장인들의 코가 높아서인지, 길을 걸어도 붙잡는 사람 하나 없이 여유롭고 또 물건 가격도 굳이 깎지 않아도 될 만큼 합리적이다.

서아프리카의 전통 탈을 파는 가게. 여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될 만큼 시장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진=김주원)

◇ ‘세상 단 하나’라는 수공예품의 매력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념품들이 많아진 세상이라 꼭 그곳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들을 찾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와중에도 출장팀 전원의 마음을 빼앗은 기념품을 발견했으니, 바로 선글라스나 안경을 올려두는 장식품이다. 서아프리카인을 똑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장식품을 보자마자 우리 일행은 탄성을 내질렀다.

선글라스를 올려둘 수 있는 수공예 장식품 (사진=김주원)

가게 뒷문으로 보이는 장인들은 직접 이 나무 장식을 깎고 있다. 직접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꽂아주며 장식품을 보여주던 가게 주인도 있다.

수공예품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묘하게 코와 입이 다르게 생겨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재미까지 있어 그 매력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 부르키나파소 지도 (사진=김주원)

또 SIAO를 거닐다 보면 부르키나파소나 아프리카의 지도, 그림을 파는 상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장인들은 저마다 자리에 앉아 동물 가죽을 뜨거운 인두로 지지며 그림을 그린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쭉쭉 선을 그려 나가다가, 조금 실수한 부분은 그 위에 집이나 나무를 그려 보완한다. 지도를 그리는 모습을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다.

이 동물 가죽 위에 그려진 지도는 SIAO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베스트 기념품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사온 기념품이라고 하면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조잡한 그림이나 열쇠고리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잘 들어본 적도 없는 와가두구라는 도시에서 서아프리카를 넘어 아프리카 전역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예술품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고 있었을까?

시간이 흘러 아프리카 대륙의 문턱이 낮아지고 한국인들의 새로운 휴가지로 SIAO가 열리는 와가두구가 등장하기를 바라며, 책상 위의 선글라스를 괜스레 SIAO에서 산 얼굴 위에 올려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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