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시 참여 작가 남궁옥분, 김혜진, 이화선

지난 8월 3~9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제2회 난치성 안질환 수술기금 마련 '빛으로 세상으로' 스타작가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연예인이면서 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7명이 참여했다. (사진=김영일 기자)

[뉴스인] 박소혜 기자 = 이달 초 인사동에서는 연예인 7명이 함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스타작가전'이 열렸다. 저마다 일정 바쁜 스타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이다.

김영호, 김혜진, 남궁옥분, 낸시랭, 이화선, 임혁필, 최지인. 이들은 미술이 본업은 아니지만 열정만큼은 여느 예술인 못지 않은 연예계의 실력파 예술가들이다.

전시회 주제는 '빛으로 세상으로'. 난치성 안질환 수술기금을 모으기 위해 인사아트프라자가 기획했다. 작품판매 수익금 일부를 환자들의 수술기금으로 사용한다는 취지에 스타들이 마음을 모은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스타작가들 중 남궁옥분, 김혜진, 이화선씨를 지난 9일 뉴스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타작가전'에 참여한 이화선(왼쪽부터), 남궁옥분, 김혜진 씨가 뉴스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민경찬 기자)

우선, 7명은 어떻게 모인 것일까. 의외의 실세가 따로 있었다. 경력이나 나이 순이 아니다. 홍대 미대를 졸업한 배우 김혜진씨. 4년 전부터는 연예활동을 접고 아예 전업작가로 집중하고 있는 정통파다.

"두 달 전 인사아트프라자 관장과 '스타작가전'을 해보자는 얘기를 듣고서 참여할 작가들을 선별했어요. 보여주기 식이나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실제로 열정을 갖고 앞으로도 꾸준히 작업할 분들만 추렸죠. 좋은 일에 참여한다니까 모두 흔쾌히 응해줬어요."

80년대 가수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었던 가수 남궁옥분. (사진=민경찬 기자)

1980년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등 여러 히트곡을 내며 활발히 활동했던 가수 남궁옥분씨는 열렬한 미술 애호가가 돼 있었다.

"미술 뿐 아니라 삶 자체가 열정 덩어리인 이런 친구들이 함께 하자고 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미술 전공한 사람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그림이 노래보다 더 좋아요."

이에 김혜진씨는 "미술 전공한 사람이 보기에 옥분 언니 그림은 20년 넘게 해온 만큼의 구력이 있다. 색채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라고 평했다.

배우 이화선씨는 카레이싱 뿐 아니라 동양화를 즐긴다고 말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슈퍼모델 출신이면서 카레이싱 선수로도 잘 알려진 배우 이화선씨는 알고보면 동양화에 심취해 있다.

서예를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고 얼마 전부터는 사군자와 문인화를 그려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것도 동양화다.

"먹향이 좋아요. 붓을 쓰고 싶어서 대학 때 서예동아리에 들어간 게 계기가 됐어요. 3~4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전시도 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던 미술을 지금 이렇게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화선씨가 이번 '스타작가전'에 내놓은 동양화 '달밤파티', 장지에 동양화물감과 아크릴로 그렸다.

이씨는 강렬한 스피드를 즐기는 카레이서다. 동적인 카레이싱과 정적인 동양화, 정반대의 이미지를 어떻게 소화하는 것일까.

"외적으로는 화려하고 활동적으로 보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시간에 정적인 활동을 하면서 충전을 해요. 아직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것은 미술이 아닐까 싶어요."

남궁옥분씨가 그린 '새와 친구되어 행복한 사람 그리고 꽃'이라는 작품. 왼쪽은 홍석천씨를, 오른쪽은 이영자씨를 모티브로 그렸다.

남궁옥분씨 역시 "노래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미술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절 가수로 떠올리지만 그림은 그보다 먼저 재능을 인정받은 분야이기도 해요.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 있듯 미술이 그랬던 것 같아요. 캘리그래피도 오래 해왔고 인물화를 지금까지 200~300점 그렸어요. 2007년엔 하정우ㆍ최백호와 함께 첫 전시회를 열었죠. 미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렇게 전시회를 이어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김혜진 씨. (사진=민경찬 기자)
김혜진씨의 작품 '기억의 창너머'

전시회를 주도했던 김혜진씨는 지난 4년간 2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주제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시간들'이다. 어릴 때 떠난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돌아보며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주변과 세상을 위로하는 단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작품에선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게 되는데, 저는 엄마 얘기를 택했어요.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서 나를 위로해주는 거죠. 연작을 내놓다 보니 미술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어디선가 어머니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힘들어'하고 푸념하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이번 전시회에서 판매된 김혜진 씨 작품

이번 전시에서 김혜진씨 작품을 구입했다는 50대 남성이 인터뷰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을 찾아와 싸인을 받아갔다.

"이렇게 작품을 공감해주는 분들 만나면 정말 기뻐요. 이번 전시에서 7명의 작품들이 골고루 판매가 됐는데, 예술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또 난치성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서로 나누며 살고 싶어요."

다방면으로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이들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남궁옥분 씨가 그린 '광복 70주년 기념' 앨범 표지. 빨간 새와 파란색 물고기의 어울림은 남과 북의 화합을 상징한다.

남궁옥분씨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해 앨범을 냈는데 남과 북의 상징으로 새와 물고기를 그려봤어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이 그림에서 잘 들어맞잖아요? 노래든 그림이든 메시지를 남기는 종합적인 예술가로 평가받고 싶어요. 언젠가는 광화문 사거리에 캘리그래피를 걸어놓겠다는 꿈도 있습니다."

김혜진씨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전시도 쉬지 않고 하고 있어요. 작품에 욕심이 나고 나의 꿈이 더해져 속도가 붙었어요. 캔디처럼 건강하게 자라왔고 또 작품을 하면서 치유도 많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모정에서 사랑으로 코드가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이화선씨는 "당분간은 연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들과 많이 부대끼는 배우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림은 좋은 방법이 돼요. 주변에도 '일단 그려라' 얘기해요. 배우지 않았더라도, 잘 그리지 않더라도 그리다보면 나 자신이 보이거든요."

음악과 미술과 연기, 이들의 예술적 끼와 열정은 세상을 비춰주는 밝은 빛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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