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 사무실 옆에 위치한 마끼 'le pardon' (사진=한아로)

[뉴스인] 한아로 =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온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오늘 점심은 뭐 먹지?”일 것이다. 아침을 잘 먹지 않아 사무실에 출근하고 몇 시간이 지나면 배가 출출해지며 같이 일하는 동료와 점심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길거리에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파는 작은 식당 ‘마끼(maquis)’에선 값싸고 양 많은 현지식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 포장마차 같은 곳이라고 할까?

부르키나파소에서 가장 만만하게 자주 먹는 것은 사무실 바로 옆 마끼에서 파는 오믈렛이다. 처음 선임단원이 “오믈렛 먹을래?” 물어보기에 한국에서 먹던 오믈렛을 생각하고 같이 주문을 했다. 몇 분 뒤 봉지에 들어있는 오믈렛이 사무실로 도착했다. 봉지를 열어보니 웬 걸? 바게트 빵 사이에 계란과 양파가 볶아져서 들어있었다.

부르키나파소 사무실에서 자주 먹는 점심, 오믈렛 (사진=한아로)

의외의 비주얼에 놀라고 맛있어서 두 번 놀랐다. 짭짤하고 포슬포슬한 계란과 아삭한 양파의 조화. 간단한 재료와 요리법인데도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 일주일 내내 아침 겸 점심을 오믈렛을 먹은 적도 있었다.

두 번째로 자주 먹는 것은 사무실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마끼에서 파는 숨발라(sumbala)볶음밥이다. 숨발라는 서아프리카에서 자주 사용하는 양념장으로 아프리카 콩인 ‘네레’로 만들어, 우리나라 된장과 비슷한 제조방법과 냄새를 가지고 있다.

기름에 볶은 밥과 함께 숨발라를 비벼 한 가득 입에 넣으면 꼬릿꼬릿한 청국장 향이 올라오는 것이 아주 별미다. 볶음밥 한 그릇에 숨발라를 한 국자 얹고, 찐 양배추 한 덩이를 올리면 두 명이 먹고도 배부른 양인데 350쎄파(한화로 약 700원)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식사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입이 심심하면서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난다. 더운 아프리카다 보니 아이스크림이 제일 당기곤 하는데, 부르키나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는 동네 슈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차가 쌩쌩 다니는 큰길가로 나가야 한다.

큰길가에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소년들이 바퀴가 달린 하얀색 아이스박스를 끌고 다닌다. 상자에 달린 동그란 뚜껑을 열면 안에 색색의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처럼 막대기가 꽂힌 막대 형태도 아니고, 콘 아이스크림도 아니다.

부르키나파소 길거리에서 파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사진=한아로)

얇은 비닐 속에 꽝꽝 얼어있는 Fan Vanile(바닐라맛), Fan Fanta(환타맛), Fan Choco(초코맛) 등 Fan시리즈들이 상자 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고, 상자에 손을 넣어 원하는 맛을 꺼내면 된다. 보통 하나에 50~100쎄파(한화 100~200원)이며, 달콤하고 시원해서 더위를 잊게 해준다.

달달한 디저트는 아니지만 간식으로 자주 먹는 다른 한 가지는 ‘참치튀김빵(beignet au thon)’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튀김이다. 길거리에서 아침마다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소리와 고소한 튀김냄새가 나면 거의 이 튀김빵이다.

이른 아침 참치튀김빵을 튀기는 부르키나파소 여인들 (사진=한아로)

호떡같은 찐득한 반죽에 설탕대신 참치를 넣어 손으로 얇게 펼친 다음 기름에 튀긴다. 갓 나온 튀김빵을 피망가루에 찍어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서 순식간에 5~6개를 해치운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오기 전에는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고, 향 때문에 입맛도 잘 맞지 않아 그곳에 가면 ‘살이 빠지겠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겪은 서아프리카 음식은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점도 많고, 무엇보다 맛있다.

그냥 밥에 소스만 비벼먹어도 든든하고 감칠맛이 돈다. 현지인 친구에게 매운 김치볶음밥을 해주었을 때, 마치 원래 먹던 음식마냥 한 그릇을 싹 비운 걸 보면, 멀고 먼 대륙이지만 입맛만큼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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