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환자, 간암 발병률 정상인의 100배"

국내 간암 환자의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뉴스인] 김다운 기자  = 간암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OECD 21개 국가 중에서 한국의 간암 사망률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암으로 사망한 40~50대 남성 중 간암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중년 남성에게서 간암이 흔히 발병하는 이유는 뭘까?

◇ '침묵의 살인자', 간암

간암은 간을 이루고 있는 간세포에서 생겨난 악성 종양을 말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악성 세포가 무한 증식해 간 전체 뿐 아니라 간 밖으로도 퍼지게 된다.

간암 중 가장 흔한 것은 간 세포에서 발생하는 간세포암종이지만, 복강 내 모든 장기로부터 혈류가 유입되는 간 특성상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들이 간으로 전이되는 전이성 간암도 잦은 편이다.

흔히 간암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데, 간암은 상당수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암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는 오른쪽 윗배 통증, 덩어리 만져짐,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간암 발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미 증상이 악화된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는 "간은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며 간 질환 환자들은 간암 증상을 기존 질환의 증상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암을 인지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국내 간암 환자들의 성별을 보면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4~5배 더 많다.

29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강원석 교수는 "남성의 간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에 대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호르몬이나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나온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성보다 남성이 술이나 담배에 더 많이 노출된 것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간암 환자의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 (자료=삼성서울병원)

◇ 만성 간질환은 '간암'에 치명적

간암의 위험 인자로는 B‧C형 간염 바이러스와 술, 담배, 간 경화 등이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간암 발병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B형 간염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간암 발병률이 10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감염된 타인의 혈액 등 체액으로 감염되는데, 우리 몸은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들이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75%는 B형 간염 바이러스 환자이며, C형 간염 환자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간암 환자의 80% 이상이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B형 간염은 간암의 주 원인이면서도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간염 백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간암 예방의 지름길이다.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는 "1988년 B형 간염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간염 환자라고 반드시 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간 경화를 앓고 있는 경우 만성 간염 환자보다 간암에 걸릴 확률이 3배 이상 높다고 보고됐으며, 간 경화 환자 중 매년 2~5%가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간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간암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강원석 교수는 “간 경화의 원인도 20%는 술과 관련이 있다”며 "잦은 음주는 알코올성 간 경화나 간염을 유발하며 간암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간혹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해 간염, 간 경화가 생겨 간암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간암의 원인인 간 질환 예방 중요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집단에 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을 통해 예방하고, 백신이 없는 C형 간염은 타인이 사용한 주사나 바늘에 찔리지 않게 하거나 불건전한 성생활을 지양해 예방해야 한다.

또한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와 피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주와 금연으로 간질환 진행과 악화를 방지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는 "간암은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지만 위험군을 미리 선별해 조기 진단을 받으면 치료 효과가 증가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간암 위험군에 드는 사람은 3~6개월 간격으로 간암 조기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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