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4월 정전이 되어 집 밖으로 나와 발견한 예쁜 꽃. 꽃이름은 불어로 ‘마노이’이며, 겉모습만큼이나 향기가 좋아 화장품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사진=백미래)

[뉴스인] 백미래 = ‘또 정전됐어!’ 요즘 자주하는 말이다. 정전은 아주 어릴 때, 그것도 한두 번 손꼽을 정도였다. 다른 개발도상국에 살면서 정전을 겪어보긴 했지만 부르키나파소처럼 정전이 자주 되는 곳은 없었다.

왜 이렇게 정전이 많은 것일까. 부르키나파소의 전기 공급은 옆 나라인 코트디부아르에서 끌어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한여름엔 전기가 모자라고 쉽게 끊길 수밖에 없다.

부르키나파소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수도인 와가두구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의 경우 하루에 두세 번은 기본으로 정전이 된다. 우리집도 이틀에 한번 꼴로 정전이 되곤 한다. 40도가 넘는 불같은 더위에 선풍기조차 틀 수 없게 전기가 나가버리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야말로 더위와 씨름을 해야 한다.

그래도 아침, 점심, 저녁 정전은 괜찮다. 밖에 나가서 약간의 바람이라도 쐴 수 있고, 발전기가 있는 사무실이나 슈퍼마켓이나 은행에 가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는 새벽에 정전이 되면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더워서 잠이 깨고 더 이상 잠을 이룰 수조차 없어서 곤욕스럽다.

나는 에어컨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지만,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현지인들은 밤에 너무 더워서 밖에서 자거나,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해 두통을 달고 살기도 한다. 정전이 되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이 안에서도 낭만은 있다. 정전이 되면 밖으로 나가서 돗자리를 깔고 누워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가끔 바람이 불어오면 천국에 온 것만 같다. 근처 식당으로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린다.

정전이 아니었다면 시원한 에어컨 아래 누워서 살랑거리는 바람에 행복해할 일도, 나무 사이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함께 사는 언니와 방문 앞에 붙어 문을 움직여 바람을 내며 자연 선풍기라고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거나, 콘서트 공연 중 정전이 되어 모두가 아우성을 치며 웃음을 지을 일도 없는 것이다.

나에게 이곳에서 삶이 의미 있고 소중한 이유다. 내 삶에서 편하지만 복잡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가까이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시간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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