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4년 5월 부르키나파소 남서부 도시 보보디울라소의 REVS+ 에이즈센터에서 경기도 광명시평생학습원의 지원으로 문해교육센터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기증했다. 자전거를 받은 여성이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EWB와 광명시에 감사의 말과 덕담을 전하고 있다. (사진=EWB)

[뉴스인] 이다영 = 서아프리카 기니 일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1년 여 만에 다시 듣게 되었다. 국경 폐쇄와 발병지역 출입 차단, 각국의 긴급재난구호를 통한 노력과 무참히 죽어간 희생자들을 내고서야 종식되었던 2014년의 전 세계 에볼라 바이러스 경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부르키나파소에 머문 지 6개월쯤 지난 시점이었을 것이다. 평소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까지 단시간에 그렇게 많은 안부문자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부르키나파소가 서아프리카 한 가운데 위치하긴 했지만 발병지역은 아니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의미의 안부였겠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로 파견되었던 봉사단원 동기들도 그런 걱정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라는 넓은 대륙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들은 그냥 얼굴이 까맣고, 그곳은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살기 어려운 나라라고만 집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깊이 느끼는 기간이기도 했다.

◇에볼라 확산 막기 위한 손 씻기 운동

에볼라가 창궐했던 2014년 당시,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일대에는 손 씻기 운동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도 유행병이 돌 때마다 손세정제와 마스크 구매행렬이 이어지듯 그곳에서도 곳곳마다 손세정제나 비누가 비치되었다.

위생시설이 갖춰진 지역도 많지 않고 수돗물 역시 낯선 미생물이 가득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도 배앓이나 피부병 등이 잦다. 손 씻기 등 개인 청결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만 예방해도 숱한 질병들에 노출되는 확률이 분명 줄어들 텐데 보건정보 전달이 가장 난관이다.

그래서 이런 시골 마을주민들을 위한 재미있는 노력이 많다. 부르키나파소로 파견 받았던 기관인 국경없는 교육가회에서는 마을마다 연극공연을 통해 한 번에 많은 인원에게 효과적으로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생활에 흔히 일어나는 사례인 가족계획이나 말라리아 예방 등을 가지고 연극단을 초대해 부족어로 들려주면, 황량한 들판 어디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았나 싶을 정도로 수백 명의 주민들이 몰려와 재미난 구경거리에 웃고 가면서 귀한 보건지식을 얻고 가는 것이다.

또 부르키나파소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진행했던 시골지역의 보건을 위한 노력들도 있다. 한인 들은 한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그 나라에서 필요한 곳에 써달라고 기부금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곳에 살면 자동적으로 넉넉해지는 나눔정신에 본인의 지갑을 열기도 한다. 한인들은 이런 자금을 가지고 치약, 칫솔, 비누 등을 구입하여 마을 깊숙이 들어가곤 했다.

얼굴 하얗고 낯선 외국인들이 인적 드문 시골마을에 들어가면 경계하기 마련이나 보통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어르신들은 한인들이 짊어지고 온 물건들을 보며 호기심과 함께 돌연 화색이 돌아 경계를 풀고 푸근한 웃음을 지어준다.

이런 자발적인 치약, 칫솔 나눔으로 교민들은 그렇게 뜨거운 뙤약볕 아래 넉넉한 마음과 위생물품을 전해주고 본인들도 삶의 에너지를 얻어가곤 했다.

◇에볼라 창궐에도 지키지 못했던 또 하나의 운동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때문에 벌였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은 운동도 있다. 바로 악수 안하기 운동이다. 손을 꽉 부여잡고는 손가락으로 ‘딱’ 소리까지 내면서 악수를 하고 가족 안부, 건강 안부, 사업 안부, 친구 안부까지 묻고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까지 마쳐야 길고 길지만 정겨운 그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축하할 일이 있거나 오랜만에 만난 사람, 또는 경의를 표하는 사람에게는 볼 혹은 이마를 번갈아 네 번씩 맞대며 인사하기도 한다. 그렇다. 그들은 관계를 통해 힘을 얻고 스킨십을 하면서 친근함을 표현하는 정 많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악수 금지라니 이건 엄벌이다 못해 난센스였다.

대신 정겨운 그들에게 인사하면서 “나 손 씻고 왔어”라는 한 마디를 덧붙일 뿐이었다. 이렇게 매일 아침 악수와 함께 인사하고 웃음 짓는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에너지를 받노라면 괜스레 에볼라 바이러스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0명으로 부르키나파소에서도 길고긴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사그라졌다.

서로를 경계하지 않고 다가가서 먼저 사랑하기 바빴던 그들이 참 그립다.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그 사회. 현지 사무실 모든 직원들과 인사하느라 출근하자마자 30분씩 보내는 그런 아침. 정치나 사회불안, 질병의 위협이 찾아올 때마다 문자메시지로, 전화로 걱정해주느라 통신비를 써버리는 그런 마음의 넉넉함. 이것이 다양한 사회 불안요소 속에서 동요하지 않고 더 끈끈하고 대담하게 이겨낼 수 있는 그들의 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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