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이상운 회장

일산중심병원 이상운 병원장은 "'재활'은 환자들이 아프기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의학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뉴스인] 김다운 기자  =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먹고 사는 것 자체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지에 대해 고민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웰빙, 유기농, 건강식품 등이 유행하는 것도 그 이유다. 

지난 2일 뉴스인과 만난 일산중심병원 이상운 원장은 질병과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 준비된 병원만이 환자 치료할 수 있다

개원한지 두 달 정도 된 일산중심병원 재활치료실에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외진 곳에 위치해있고 개원 당시 제대로 된 홈페이지조차 없었지만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상운 원장은 "많은 환자들을 받으려면 병원이 그럴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환자들이 치료받고 싶은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일산중심병원은 건물 어디에도 문턱이 없다. 대부분 뇌졸중후유증, 척추손상 등으로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세심한 배려다. 그 덕에 휠체어를 타거나 워커(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환자들도 수월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이상운 원장은 병원 내에 있는 편의점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남들은 병원장이 돈 욕심이 많아 편의점까지 운영한다고 얘기하더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환자들, 특히 장애인들은 멀리 이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능한 병원 내부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이 원장은 "사실 편의점 운영이 힘든 점도 많고 수익도 거의 나지 않는다"면서도 "병원 환자들이 이용하는 먹거리, 생활용품 만큼은 내가 직접 관리하고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병원 곳곳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다.

이 원장은 "병원을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새롭게 다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일산중심병원 이상운 원장은 "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질 높은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 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비싼 병원

이상운 원장은 홀로 이 병원을 짓는데 약 300억 원을 들였다. 그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병원 중 가장 질 좋은 병원을 만들고자 했으며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욕심에 370병상의 대형 병원을 탄생시켰다.

일산중심병원의 모든 병상은 4인실이다. 우리나라 입원병실 기준은 6인실이었기 때문에 병원 전체를 4인실로 구성할 경우 전체 병상 중 절반만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의 여파로 감염 위험에 대한 인식이 퍼지자 병실 기준이 4인실로 변경됐다.

이 원장은 "6인실 병상은 환자들 뿐 아니라 각각 병문안 오는 외부인까지 생각하면 4인실 보다 감염 위험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재활병원에는 노인환자들이 많아 면역력이 낮기 때문에 전체 병상은 4인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그냥 수가 절반만 받을 생각으로 구성했는데 운 좋게도 개원 전에 병상기준이 바뀌었다"며 말했다.

일산중심병원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각종 의료기기들이다. 그는 환자들이 질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의료기기들을 병원에 배치했다. 특히 최근에는 암환자를 통증 없이 치료하는 '고주파온열암치료기'도 도입해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고주파온열암치료기는 '열이 40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암세포가 죽는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사람의 장기 온도를 높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기기다. 

이 원장은 "이전에 5년 동안 호스피스병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하루에 6명에게 사망선고를 내릴 만큼 위독한 암 환자들을 수없이 봐왔다"며 "고주파온열암치료기는 이러한 많은 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암 세포를 죽이는데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의료계의 수가체제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병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에서 아무리 비싼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수가는 똑같이 측정된다. 즉 똑같은 수술을 할 때 5000만 원짜리 기계를 사용하는 병원과 50만 원짜리 기계를 사용하는 병원이 동일한 수가를 받는 것이다. 이는 결국 모든 병원 의료 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는 "병원에서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뒷받침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운 원장은 병원장 뿐 아니라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의 회장으로서 재활병원의 종별 분리 추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 종별을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종합병원 ▲정신병원 ▲요양병원 총 5개로 규정하고 있다. 이 원장은 여기에 재활병원을 추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학이 있다면, 이미 병에 걸린 사람들을 다시 건강한 때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재활 의학이다"라며 "삶의 질이 중요한 이 시대에 재활의학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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